김미영 정치경제부 기자
안 전 대표는 3일 당대표선거 출마 선언을 하면서 “제 미래보다 당의 생존이 더 중요하다”며, “이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모든 것을 던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12일엔 문준용 씨 제보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 대선후보를 지냈던 이로서 “앞으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하고선, 그 ‘모든 것’을 다시 올려들어 당대표가 되는 데에 바칠 모양인가 보다.
그런데 안 전 대표가 “제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대선에 출마하면서도 이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그는 올 4월께 대선후보 등록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제 모든 것을 바쳐서 꼭 우리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라고 했다. 지난해 8월엔 대선 출마의사를 밝히면서 “정권 교체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표현은, 안 전 대표가 그렇듯 정치인들이 주로 어느 자리에 출마 선언을 할 경우 등에 쓰는 일종의 레토릭(말치장)이다. 어느 자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할 때에 쓰는 ‘밀알이 되겠다’는 표현처럼 말이다.
안 전 대표는 안랩 대표로서 바이러스백신인 V3 백신을 무료 배포했던 공공성, 새 정치를 들고 나왔던 참신성, 그리고 이제는 두 번의 대선후보, 한 번의 당대표를 지낸 경륜 등을 가졌다고 본다.
그런데 그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너무 자주 바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단 한 번도 그가 ‘모든 것’을 바치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래서 될 듯 말 듯, 정치적인 목적지 앞에서 좌절했던 게 아닐까. 아니면, 보좌진들이 써주는 원고의 레토릭을 앵무새처럼 읽었단 말인가.
더 이상의 레토릭은 필요없다. 만약 이번에 당대표가 된다면, 안 전 대표는 그의 ‘모든 것’을 말이 아닌 몸으로 바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