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거론된 정찬우<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취임 11개월 만에 물어나면서 지난 정권 때 임명된 인사들의 후속 인사가 임박한 것으로 관측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 이사장은 ‘금융권의 실세’로 불렸다. 정 이사장 임기는 2019년까지이지만, 정권교체 시기와 맞물린 데다가 KEB하나은행 인사에 개입했다는 추가 검찰수사를 앞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정 이사장의 사의에 따라 후임 이사장 공모 절차에 착수한다. 현재 이철환 거래소 전 시장감시위원장과 김재준 거래소 코스닥시장 위원장 등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은 정 이사장을 시작으로 친박인사 물갈이가 본격 시작된 것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등 전 정권에 임명된 수장들의 거취는 물론 현재 공석으로 있는 수출입은행장, SGI서울보증 사장 등의 임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은 이달 21~24일로 예정된 을지훈련이 종료된 후 금융위와 금융공공기관 인사가 연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공석인 금융위 사무처장은 자리에는 손병두(행시 33회) 금융위 상임위원이 거론되고 있다. 김 부위원장보다 행정고시 한 기수 선배인 유광열(29회) 증선위원의 경우 전례로 볼 때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이동할 것이 유력하다.
김학균 상임위원 자리는 기존에 외부공모를 통해 모집해왔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 정권과 달리 금융위에서 수석전문위원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사실상 1급이 이동할 수 있는 자리가 하나 줄었다. 이 때문에 김 상임위원 자리까지 내부 승진으로 채워질 지가 관심사다.
현재 공모가 진행 중인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에는 김홍식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이 언급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인사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후임 금융감독원장은 관료 출신은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김광수 전 FIU 원장 등이 거론됐지만 임명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대신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심인숙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기식 전 국회의원, 최흥식 전 하나금융지주 사장 등 민간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다만 청와대 인사검증 기간, 국정감사 등을 고려할 때 진 원장이 오는 11월까지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감원장이 선임되면 고위급 인사 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서태종 수석부원장과 박세춘·이동엽 부원장 임기는 올해 12월 만료된다. 김수일 부원장의 임기는 2019년 3월이지만 지난해 취업비리에 연루돼 현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영기·권순찬·조두영·박희춘 부원장보의 임기는 2018년 2월 종료된다. 민병현·류찬우 부원장보는 2019년 3월, 천경미 부원장보는 같은 해 5월, 올 초 선임된 이병삼·구경모 부원장은 오는 2020년 1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진 원장 부임 당시 저축은행 사태 등의 책임을 물어 잔여 임기와 상관 없이 임원들을 물러나게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들이 모두 사퇴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