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자율주행모드 오래 못간다...이재용 운명 못 바꾸면 새 운전사 찾아야”

입력 2017-08-26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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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뇌물과 횡령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5년 징역형이 선고되면서 당분간 삼성은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게 됐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유명 칼럼 ‘거리에서 듣는다(Heard on the street)’는 25일(현지시간)자에서 “삼성은 조만간 감옥에 있지 않은 지도자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는 제목으로 삼성이 곧 어려운 결정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WSJ는 25일 이 부회장에 내려진 선고로 투자자들도 삼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한 부패 스캔들이 그동안 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런 낙관적인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은 이 부회장이 수감된 와중에도 지난 2분기(6월30일)까지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냈다. 이 부회장이 2월 체포된 이후 주가는 25% 상승, 증시 성적도 스마트폰 경쟁사인 애플이나 다른 국내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우수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들은 이날 판결에 즉각 항소할 뜻을 나타내고 최종 무혐의 판결을 자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처럼 놀라운 실적은 주로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의한 것이다. 작년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의 충격을 딛고 이후 출시한 갤럭시S8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24일 공개한 갤럭시노트8에 대한 평가도 대체로 후하다. WSJ는 리더십 공백이 무색하게 위기 상황 중에도 회사가 일상 업무를 정상적으로 유지한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긴 병에 장사없다”는 말처럼, 리더십의 장기적 공백은 삼성으로하여금 방향성을 잃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14년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이후 이 부회장은 생명공학 같은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며 성장 동력을 다각화하고자 노력했다. 작년에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및 오디오 회사인 하만인터내셔널을 사상 최고액인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문제는 ‘기술’이라는 것이, 민첩한 리더십을 요구하며, 급변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WSJ는 인공지능(AI)이 도입된 자율주행차 분야의 큰 변화만 보더라도 확연히 입증된다고 설명했다. 급변하는 조류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리더십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WSJ는 삼성처럼 재벌로 불리는 한국 대기업들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재벌 개혁 공약으로 큰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WSJ는 감옥은 모든 것을 처리하기에 최상의 장소는 아니라며 삼성전자는 당분간 자율주행 모드를 잘 수행할 수 있겠지만 이 부회장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새로운 운전자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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