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술자리 강요·관사 청소 등 권위적인 갑질문화 '골머리'
#. 또 다른 공정위 부하직원은 뚝하면 열차표 심부름을 시키는 B과장 탓에 분을 삭이기 일쑤였다. 국회업무 등 출장에 나설 때면 열차표 발급을 직원들에게 떠넘기기 때문. 직원들은 본인의 스마트폰을 통해 열차표를 구매하지 않고 꼭 부하직원들을 시킨다며 하소연했다. 특히 부정승차권 여부도 지적 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한 공정위 직원은 “출장 때 자신이 승차할 열차표를 직원들에게 발급시킨다”며 “직원들은 발급한 열차표를 캡처해 카카오톡으로 과장에게 전송한다. 이러한 승차권은 부정승차권으로 공무원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제기했다.
#. 지방사무소장 근무 경험이 있는 C과장의 부적절한 행동도 지적되고 있다. 지방사무소장 근무 당시 관사관리 명목으로 관사 청소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불만이 쏟아진 것. 또 사무소 예산으로 관사 물품을 구매하고 관용차량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게 공정위 하급 직원들의 전언이다.
갑질 근절에 나서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권위적인 갑질문화에 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인격적인 갑질 상관에 대한 애로를 호소하는 등 5급 이하 직원들의 고충이 쏟아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정위지부는 이 같은 갑질 사례가 담긴 ‘공정위 과장급 이상 관리자 평가 및 주요 갑질 사례’를 6일 발표했다.
제보를 통해 드러난 조직 내 갑질 사례를 보면, 직원들이 각출한 과비로 식사를 해결하고 정시퇴근을 눈치 주는 과장부터 여행 숙소 예약 등 개인적인 업무를 시키는 상관 등 기본적인 인성과 자질이 의심되는 형태가 만연돼 있다.
서울 출장 때 개인차량으로 오송역까지 태워주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상관이나 주말을 앞둔 금요일에 저녁식사나 술자리를 강요하는 행위 등도 불만사항으로 거론되고 있다.
류호영 공정위 노조지부장은 “공정위 시장의 갑질을 조사 단속하는 기관이나 내부 갑질 문제도 재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직원들에게 시장의 갑질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인격적이고 권위적인 갑질이 사라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류 지부장은 이어 “관련자들을 철저히 조사해 대기발령,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면서 “청와대와 정부가 다면평가 부활, 각 기관 운영지원과장의 직원 선출제 도입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능력·품성·책임감·리더십 등 관리자 평가 결과에서는 공정위 대변인 신영호 국장(97점)과 신동권 사무처장(74점)이 자질을 가장 잘 겸비한 고위공무원에 선정됐다.
신영호 국장은 고위공무원의 거시적 안목과 업무 책임감·결단력, 탈권위적인 민주적 리더십, 스마트하고 깔끔한 일처리 등을 높이 샀다.
신동권 처장은 해박한 지식과 전문성이 높은 업무이해도, 소박한 인간미와 배려, 직원 의견 경청 등이 선정된 이유다.
이어 장덕진 소비자정책국장(69점)과 OECD경쟁정책본부 윤수현 국장(68점),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파견 중인 김재신 국장(54)이 5위권에 들었다.
과장급 중에서는 청와대 근무 중인 선중규 과장(77점)과 남동일 기업집단과장(67점)이 각각 1, 2위로 뽑혔다. 이들은 직원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과 더불어 직원들의 소통 및 배려 등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신동열, 오동욱, 김의래, 정희은, 김근성, 육성권 과장 등이 자질을 겸비한 과장 순위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