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에게서 '나쁜 사람'으로 찍혀 좌천된 노태강(57)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전 문체부 체육국장)이 징계 사유였던 '바둑판'에 대해 "본 적도 없다"고 진술했다.
노 차관은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쫓겨났다 새 정권에 임명된 노 차관과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마주한 셈이다.
검찰에 따르면 2013년 당시 체육국장이던 노 차관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대한승마협회 비리를 감사한 뒤 최 씨 측에 불리한 보고서를 냈다. 이후 노 차관은 국무총리실 감찰을 받았고, 사무실 서랍에서 상품권과 바둑판 등이 나왔다는 이유로 국립중앙발물관으로 쫓겨났다. 박 전 대통령은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불러 노 차관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노 차관은 좌천 이유였던 '바둑판'에 대해서 "바둑판을 직접 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기원 측에서 왔다가 저를 못 만나고 가서 직원이 퇴근한 사이에 놓은 것 같다"라고 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에게 바둑판 외 다른 것을 소명할 기회를 받았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누군가가 소명을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답했다.
최 씨는 이날 오후 재판에서 울음을 터트려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최 씨는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변호인 요청에 결국 재판부는 20여 분간 휴정했다. 최 씨 변호인은 "오전 재판에서 딸 정유라 씨 증인신문 조서가 제출됐고, 최근 저희가 정 씨를 변호하다가 불가피하게 사임했다"라며 "정 씨 안위도 걱정되다 보니 본인 감정이 격해진 것 같다"고 했다. 정 씨는 7월 변호인단 상의 없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 최 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결국 변호인단은 지난 7일 사임계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