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욱 정치경제부 기자
지난주 월요일(4일), 9월의 첫 평일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바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다.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폭행을 당한 피해자의 사진이 뒤늦게 인터넷을 타고 일파만파 퍼졌다. 그리고 국민은 분노했다. 가해자 여중생을 엄벌하기 위한 소년법 개정 여론도 함께 일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6일, 당시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여야가 팽팽히 맞서던 바로 그때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소년법 개정안을 같은 날 발의한 것이다. 뒤이어 한국당 김도읍, 장제원 의원과 민주당 전혜숙, 김정우 의원도 사실상 같은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내놨다.
여야가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내용의 법안을 같은 날 발표했다. 부산 여중생 사건이 공론화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소년보호법 폐지’ 서명 운동에 불이 붙자 의원들이 움직인 것이다.
이는 국민의 분노에 ‘무임승차’하려는 행위이다. 2000년대 이후부터 이미 청소년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게 잔혹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잔인성도 자랐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할 일은 여론에 편승한 ‘우후죽순(雨後竹筍)’식 법안 발의가 아니다. 대신, 보수와 진보가 만나 소년법을 논의하고 또 고민해 바뀌어 버린 현실에 맞게 소년법을 개정하는 것, 그 현실과 법의 접점을 찾는 게 옳다.
국회 기자회견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연, 갑질당한 이들의 절절한 호소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법안 발의로 연결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빠졌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다급한 분노 무임승차가 아닌, 깊고 진득한 논의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