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돈의 정체’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이다. 사주(四柱)에 부자 인연이 없는 필자 같은 사람도 훌륭한 인생 목표를 갖게 되면, 즉 돈을 가져도 될 만한 ‘생각 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심상(心相)이 바뀌게 된다는 것을 눈치 챈 이후였다. 관상불여심상(觀相不如心相·관상이 마음만 못하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집안을 수없이 위태롭게 하며 익힌 투자의 술수(術數)를 잘 포장해 ‘투자 혹은 돈 아카데미’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해외 특히 베트남에 70개, 아프리카에 300개를 세워, 사람들에게 ‘금융시장에서 사냥하는 법’을 가르치는 일에 인생 후반기를 걸기로 했다.
필자가 터득한 백전불태(百戰不殆·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투자비법은 사실 한국의 증권시장은 분석의 어려움이 세계 최고이기에 한국 증권시장에서 ‘When to in? When to out? (언제 들어가서 언제 나오지?)’, ‘What to buy? What to sell? (뭘 사고 뭘 팔지?)’ 이 네 가지를 알면 미국이나 유럽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등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아시아 증권시장에서 돈 벌기는 중국 촉나라의 명장 관우가 적진으로 들어가 적장의 수급(首級)을 취해 오는 것보다 훨씬 쉬운 일이다. 또 그 교육은 전 국민 부자 만들기의 여러 옵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사실 주가(株價)는 전문경영인이나 오너 성향보다는 투자 세력(勢力)의 마음이지만 그래도 기초자산은 기업주들이다. 문제는 그들이 세상 바뀐 것을 모르는 데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정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나라’가 바뀐 것을 기업인들이 모른단 말인가? 그리고 지금 나라의 1대 주주는 노동계이며, 2대 주주는 시민단체이고, 3대 주주가 여당(與黨)인 것을 모른단 말인가?
앞으로 기업인들은 노동계와 시민단체를 다룰 실력이 있어야 하고 ‘가진 자’와 ‘성공한 자’들도 기업의 창업 목적과 삶의 목적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촉(觸)이 좋아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이 바뀌어야지, 촉이 없어 돈도 없고 성공도 하지 못한 일반인들은 무엇을 개혁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광주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부터 IMF 때까지 한국 정부는 95%인 서민들에게 악착같이 세금을 걷어 전국에 광통신망을 깔았고, 전기와 통신의 질을 높여 인터넷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95% 국민들의 뒷받침으로 인터넷 강국이 되었다. 그 바탕 위에서 인터넷 기업 창업으로 성공한 사람이, 또래의 젊은이들이 탐내는 부와 명예를 지닌 사람이, 유명 연예인과 결혼해 많은 남성들의 속을 뒤집어놓은 이 나라의 특A급 기업인이 “정부의 도움 없이 맨몸으로 혼자 큰 기업” 운운하기에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후안무치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며칠 전 미술대학 교수인 후배가 한 말이 떠오른다. “솔직히 미술대학은 상위 5%를 키우기 위하여 나머지 95%의 학생과 부모, 가족들이 희생하는 분야인데, 재능이 별로 없는 제 딸이 미대를 간다네요. 상위 5%를 위해서 뒷바라지나 해야 할 것 같은데 본인이 가고 싶다니 보낼 수밖에 없어요.”
과연 미술대학만 그럴까? 이제 성공한 5%의 사람들은 성공하지 못한 95%의 사람들이 성공하게끔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변화된 세상의 노동정책이며, 이 사회의 갑(甲)들이 할 일이다. 을(乙)을 탓하지는 말자. 사냥개도 먹이만 주는 주인은 물어도 진심을 다해 키워주는 주인을 무는 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