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 유통계열사 모두 조사…과도한 표적조사 우려도
공정당국이 불공정 갑질 근절을 위한 저인망식 조사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가장 효과적인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해 업태별·채널별 조사방식 업무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우선 갑을 문제로 논란이 큰 유통과 대리점 등이 대상이다. 예컨대 불공정 의혹이 짙은 A기업의 유통채널을 모두 조사하는 ‘저인망식’이다.
한 기업그룹에 속해 있는 유통채널을 모두 들여다볼 경우 가장 효과적으로 불공정거래행위를 잡아낼 수 있다는 논리에서다. 예컨대 A기업그룹의 유통채널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SSM), 온라인쇼핑몰의 한 줄기가 타깃이 되는 셈이다.
문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는 점이다. 자칫 무리한 ‘칼잡이 역할’로 낙인될 뿐만 아니라, 옥죄기식 ‘표적조사’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피로감을 호소하는 재계의 반발도 커질 공산이 크다.
‘경제 검찰’인 기업집단국 출범도 재계 입장에서는 긴장의 끊을 놓을 수 없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기업집단국의 조사방식도 기업집단별로 점검하는 만큼, 표적 실사는 불가피하다.
과거 조사국 시절에도 30대 기업집단을 대상으로 1993년 8곳, 1994년 22곳을 차례로 조사한 바 있다. 당시 현장조사에 20여 명이 투입돼 한 기업집단을 모두 들여다보고 그다음 그룹을 타깃 조사하는 등 ‘저인망식’ 조사로 악명을 떨쳤다. 급기야 기업 활동 위축을 호소하며 재계가 반발하면서 서면조사 형태로 축소된 이후 조사국 폐지로 이어졌다.
당시 무리한 털기식 조사로 인해 소송전도 난무하는 등 행정소송 패소율 급등은 공정위의 신뢰도와도 연결됐다.
기업들로서는 공정위의 위상 강화가 ‘칼잡이’ 역할에만 치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인 공정경쟁사회 구현을 위한 열공 모드가 자칫 ‘매서운 균형추’로 변질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특히 기업그룹별로 한 곳씩 조사하는, 이른바 ‘저인망식’이 갑질분야와 부당 내부거래 점검에 동원될 경우 전방위 조사가 불가피하다. 재벌 일감 몰아주기, 불법 하도급, 프랜차이즈 갑질, 기술탈취, 허위·과장광고까지 동시다발적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갑을 분야에 한해 업태별·유통채널별로 효과적인 조사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인 것은 맞다. 한 기업의 유통채널을 모두 한꺼번에 들여다보는 조사 방식이 효과적이나 표적조사 논란도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 사정에 정통한 경제전문가는 “‘재벌 저격수’로 경제개혁의 일선에 나선 김상조호 공정위가 신속한 행보와 추진력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이다. 재벌개혁의 적절한 균형추를 약속했던 초반과 달리 급진적 개혁의 본성을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