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국가, 피해자 유족에 27억 원 지급"

입력 2017-09-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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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유신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하게 옥살이했던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로부터 27억여 원을 배상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이평근 부장판사)는 고(故) 강우규 씨 유족 등 44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국가는 강모 씨 등에게 각각 3억3000만 원~170여만 원씩 총 27억여 원을 지급해야 한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강 씨 등은 중앙정보부 수사관들로부터 '잠 안 재우기, 끓어 앉히기,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당하는 과정에서 허위로 공소사실을 자백했다"고 했다. 당사자 외 가족과 직장동료들도 고문 등을 당했고, 기소 전까지 변호인 접견도 금지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은 국가권력을 이용해 강 씨 등을 불법 체포·구금했고, 사용자인 국가 역시 강 씨 등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유죄 판결을 내린 법원도 불법을 저질렀다는 유족 측 주장에 대해서는 "법관들이 위법하거나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재판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일동포 간첩 사건은 1970~1980년대 재일동포들이 유학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반공법과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중앙정보부에 붙잡혀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건이다. 강 씨와 고 김추백 씨, 고 강용규 씨, 김성기 씨, 이근만 씨, 이오생 씨 등 6명은 1977년 2월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혐의로 중앙정보부에 체포돼 영장 없이 구금됐다. 재일동포 강우규 씨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국가기밀을 빼내는 등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씨 등은 간첩활동을 돕고, 강우규 씨에게서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강우규 씨에게 사형을, 김 씨 등 5명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1978년 형을 확정했다. 강우규 씨는 이후 특별사면으로, 김 씨 등은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났다.

강 씨 등은 당시 수사 과정에서 불법체포와 가혹행위 등이 있었다며 2010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서울고법은 2014년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 증명이 없다"라며 강 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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