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재판' 실현 최우선… "누구와도 대화하고 논의하겠다"
대법원은 이날 오후 1층 대강당에서 법원 관계자 700명이 참석한 가운데 16대 대법원장 취임식을 열었다. 김 대법원장의 공식 임기는 전날 자정을 기준으로 시작됐다.
김 대법원장은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필요한 개혁의 과업을 차분하게 진중하게 추진해나가면서 누구와도 대화하고 논의하며 경청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이 말하는 '좋은 재판'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것이다. 그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재판 중심의 인사제도를 구현하고, 사법행정이 본연의 목적인 재판 지원 역할에 충실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대법원장은 "오늘 제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그리고 내일의 사법부는 수직적이고 경직된 관료적 리더십이 아니라 경청과 소통, 합의에 기반을 둔 민주적 리더십으로의 전환을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권력분립 이념 아래 국민의 헌법적 결단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한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같이 법관의 독립을 강조했다. 그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논리의 폐해는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눠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도 넘은 비난은 사법부 독립에 중대한 위협"이라고 말한 퇴임사와 닿아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법관 개개인의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판사들이 승진 문제로 법원행정처 눈치를 보게 되는 현행 인사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취임사에는 인사청문회에서 강조한 상고제도 개선 문제도 언급됐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심 제도의 개선도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비롯해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을 개방적인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