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더 읽기] 탐나는 전기차, 땀나는 소비자

입력 2017-10-1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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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차의 대세 ‘전기차’ 언제 사는 게 좋을까

15년쯤 뒤에는 매연을 내뿜으며 기름으로 굴러가는 차는 인간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만큼 보기 드문 풍경일지 모른다. 전기차와 수소차, 태양광차 등 다양한 친환경 차량 중에서도 지금의 화두는 단연 전기차다. 하지만 관심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는 체감은 없다. 무엇보다 비싸다. 충전소가 없어서 중간에 멈춰 서 버리면 어쩌나 두려움도 크다. 고장 나면 어디서 고칠지도 애매하다. 호기심은 높지만 정작 선택은 꺼려지는 전기차. 작정하고 한 번 뜯어보자.

궁금증 ① 내년부터 보조금 확 줄어든다는데…

소비자에겐 맞는 이야기이고, 정부 입장에선 틀린 말이다. 개인이 받는 보조금은 수백만원 이상 줄어들지만 정부의 지원금 총액은 늘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 지급기준은 복잡하다. 배터리 용량과 KW당 주행효율(연비), 주행거리 세 가지를 따져 차등지급하겠다는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골치만 아플 뿐이다.

전기차 구매자가 알아야 할 핵심 내용은 내년부터 보조금이 크게 축소된다는 것.

전기차 보조금은 크게 정부 지원금과 지방자치단체 지원금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정부가 주는 보조금이 현행 1,400만 원에서 내년에는 최대 1,200만 원으로 200만 원 이상 낮춰진다. 개별소비세(200만 원 한도)와 취득세(200만 원 한도) 교육세(60만 원 한도) 감면도 올해로 종료될 예정이다. 여기에다 대당 300만 원씩 주는 완속충전기 지원금도 내년에는 불투명하다.

결국 내년에는 전기차를 살 때 받는 보조금이 최소 200만 원, 최대 960만 원 까지 줄어드는 셈이다. 만약 300만 원~1000만 원인 지자체 보조금까지 줄면 소비자는 대당 최대 1000만 원 이상을 더 줘야 전기차를 살 수 있게 된다.

▲쉐보레 볼트는 국내 도입된 전기차 가운데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올해 배정 물량은 이미 완판돼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궁금증 ② 그래서 얼마면 살 수 있냐고?

어떤 차를 사는지는 물론 사는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앞서 설명한대로 차량별 정부 지원금이 다르고 지역마다 지자체 보조금도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고속 전기차를 기준으로 2017년 정부 보조금은 1400만 원이다. 지자체 보조금은 충북 청주가 10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 경남이 300만 원(김해, 산청은 600만원)으로 가장 적다. 주요 시도별로는 서울 550만 원, 경기·인천·대전·부산·울산 500만 원, 대구 600만 원, 광주·세종·제주 700만 원 등이다.

실제로 살 수 있는 전기차는 그리 많지 않다. 기본형 공식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약 4100만 원인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은 보조금을 받아 청주에선 1700만 원, 서울에선 2150만 원에 구입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 쏘울EV는 약 4558만 원으로, 2017년 보조금을 적용하면 충북 청주시민은 2158만 원에 살 수 있고, 서울시민은 2608만 원을 줘야한다. 또 연말 출시 예정인 르노삼성자동차 SM3는 3900만 원에 보조금을 받으면 청주에서는 1500만 원, 서울에선 1950만 원이다.

이밖에 쉐보레 볼트(약 4800만 원, 청주 2400만 원·서울 2850만 원)와 BMW i3(약 6000만 원, 청주 3600만 원·서울 4050만 원), 테슬라 모델S 75D(약 9900만 원, 청주 7500만 원·서울 7950만 원) 등이 있다. 다만 볼트의 경우 국내 배정 물량이 모두 소진돼 올해는 더 이상 구입할 수 없다. 아쉽지만 레이와 스파크 등 경차는 더 이상 전기차가 생산되지 않는다.

궁금증 ③ 충전소 찾기가 어렵다던데…

맞는 말이다. 꽤나 불편하다. 전기차는 1억 원대를 호가하는 테슬라 모델S 75D(360km)와 물량이 동난 쉐보레 볼트(383㎞)를 제외하면 한 번 충전으로 200km 이상 주행이 힘들다. 현재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의 환경부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아이오닉 191㎞, 쏘울 180km, i3 208km 등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려면 최소 2번은 충전을 해야하는 셈인데, 현실을 감안하면 고속도로에서 견인차를 부르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환경부는 전기차 충전소가 전국에 1200여개 있다지만 실제로 가보면 고장났거나 점검중이어서 사용할 수 없는 곳이 태반이다. 가정용 충전기도 공용 주차장을 사용하는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 한국에선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 차를 집까지 들고 올라갈 슈퍼 파워나 아래층의 항의를 무시하고 전기선을 주차장까지 늘어뜨릴 강심장이 필요하다.

일부 차종은 완성차 업체에서 ‘찾아가는 충전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지만 연간 이용가능횟수가 제한돼 있고, 그나마 긴급주유 수준인 7kw 충전(약 40km 주행)에 그치고 있어 전기차 운전자의 심장을 조여드는 불안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궁금증 ④ 전기료, 보험료 등 유지비용은? AS는?

차는 단순한데 충전요금도 보조금 뺨치게 복잡하다. 고속이냐 완속이냐, 밤에 충전하느냐 낮에 하느냐, 여름이냐 겨울이냐 등에 따라 모두 다르다.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이니 고속충전을 한다고 치고, 충전소 찾아 삼만리는 퇴근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본다면 kw당 평균 300원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배터리 용량이 28kw인 아이오닉 기준으로 한 번 완전 충전에 8400원이 드는 셈이다. 8400원으로 190km를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현재 시행중인 기본료 면제와 50% 할인 혜택이 향후 몇년간은 계속될 예정이어서 실제로 드는 연료비는 훨씬 저렴하다.

보험료는 일반 자동차보다 약간 싸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동부화재 등이 전기차 전용보험을 판매중인데, 동급 승용차보다 3~10% 저렴하게 책정돼 있다.

고장 나거나 사고가 나면 높은 비용과 불편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부품값이 일반 차량에 비해 매우 높다.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경우 10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험처리가 된다해도 부담되는 액수다.

정비나 수리는 더 불편하다. 전기차 정비를 받을 수 있는 곳은 국내 전체 서비스센터 가운데 10%도 안된다. 완성차 업체 직영 서비스센터에서만 정비나 수리가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는 9월 3세대 모델을 발표하고 10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일본차의 특징인 합리적 가격과 안정적 성능을 이어받은 리프는 2018년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궁금증 ⑤ 그럼 결론은? 보조금 Vs 성능, 선택의 문제

공자님 말씀 같지만 선택의 문제다. 보조금을 최대한 받겠다면 올해가 가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내년까지 기다리면 보조금은 덜 받아도 업그레이드된 성능과 편리함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내년에는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전기차가 쏟아진다. 현행 최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볼트EV도 추가 물량이 공급될 예정이다.

천기를 하나만 누설하자면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차는 닛산이 9월에 발표한 신형 리프다. 2일 일본을 시작으로 전세계 판매가 예정돼 있고, 국내에는 내년 초쯤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등장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로 조상님 대접을 받는 리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로도 이름이 높다. 역사가 긴 만큼 차량이 전체적으로 안정돼 있고, 일본차 특유의 높은 가성비도 여전하다. 3세대 신형 리프의 일본 현지 판매가격은 315만3600엔(약 3300만 원)이고, 1회 충전으로 400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에 내년에 판매된다고 가정할 경우 청주시민은 1100만 원, 서울에서도 1550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정일환 산업1부장 w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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