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박근혜(65) 전 대통령을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은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 1심 판결 뒤집기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이 '좌파 배제, 우파 지원'이라는 국정 기조 아래 블랙리스트를 직접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17일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7명에 대한 1차 공판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관련 박 전 대통령 공모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비판했다. 특검은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국가에서 시위에서 참여했다는 등 이유로 용납할 수 없는 자의적 차별을 했다"라며 "이는 지원금을 받으려면 정부를 지지하고 비판하는 활동을 하지 말라는 관념이 내포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히 위헌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내세웠던 국정 기조가 헌법에 어긋난다고도 했다. 특검은 "헌법은 '대통령은 전체 봉사자이며 국민을 책임진다'고 정한다"라며 "블랙리스트는 헌법에 위반된 위헌적 조치"라고 했다. 이어 "정치성향을 이용한 차별 대우는 차별금지를 내세운 문화 기본법과 문화 다양성을 보호하는 법률에도 위배된다"라며 "원심은 명백한 법리 오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관련 구체적인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1심 판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특검은 "1심은 범행 실행계획서인 '관리방안' 문건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인정했다"라며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직접 특정 단체에
대한 지원·배제를 지시했다고도 지적했다. 특검은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 등 진술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좌파 성향 강한 도서는 우수도서에 단 한 권도 포함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라며 "대통령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면 이는 (특정 단체를) 배제하라는 지시"라고 했다.
특검은 이날 블랙리스트 기획 관련 조 전 장관 혐의를 모두 무죄로 본 1심 판결도 비판했다. 특검은 “장관 임명 직후 동성아트홀 지원배제에 개입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라며 “조 전 장관 역시 인수인계와 업무보고를 통해 블랙리스트 업무를 숙지하는 등 범행에 관여했다”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게 관련 업무를 인수인계했다'는 박준우 전 청와대 정무수석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반면 조 전 장관 측은 "평소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소신이 있고 지금도 변함없다"라며 "블랙리스트 업무를 주도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잘못된 진술에서 수사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24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김 전 실장 등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블랙리스트 작성을 기회해 정부 비판적인 인사나 단체에 정부 보조금을 주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김
전 실장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위증 혐의만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