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과 분식회계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석래(82) 전 효성 회장 항소심 첫 정식 재판이 20일 열린다. 조 전 회장 측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세금불복소송 1심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형사 사건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아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조세 등 혐의로 기소된 조 전 회장의 첫 공판을 연다. 지난 2월 서울고법에 배당된 지 1년 8개월 만이다.
조 전 회장은 이날 1심 판결 이후 처음으로 법정에 나온다. 공판기일은 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직접 출석해야 한다.
조 전 회장 항소심 재판은 지지부진하게 흘러왔다. 지난해 처음 사건을 맡은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사건 배당 이후 9개월만에 처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당시 관련 행정소송 4건의 진행 경과를 지켜보고 심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형사사건 유·무죄는 물론 양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탓이다.
조 전 회장 측이 낸 소송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받은 조사·감리결과 조치와 해임권고조치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과세당국을 상대로 낸 세금 불복 소송 등 총 4건이다. 분식회계와 조세포탈 혐의 관련해서다. 해임권고조치 취소 소송은 1·2심에서 져 대법원까지 갔으나 효성 측에서 상고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조사·감리결과 조치 취소 소송 역시 1심에서 진 뒤 항소심 재판 진행 도중 조 전 회장 측이 항소를 포기해 마무리됐다. 증선위는 2014년 분식회계를 포착해 조 전 회장에 대한 해임권고조치를 내리고, 과징금 5000만 원을 부과했다. 조 전 회장 측은 형사재판을 빨리 진행하길 원해 행정소송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금 불복 소송 2건은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조 전 회장 측은 강남세무서 등 48곳을 상대로 낸 세금 불복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고,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효성 측이 마포세무서를 상대로 낸 3000억 원대 법인세 등 취소소송은 강제조정 중이다. 효성 측은 조정에 동의했으나 세무서 측이 아직 의견을 내지 않았다. 조정에 성공하면 세무서는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세금을 매길 수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항소심 재판에서 조 전 회장 측이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강남세무서 등 48곳을 상대로 낸 양도소득세 등 취소소송 1심에서 검찰 기소금액 가운데 상당 부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증여세 641억여 원 △종합소득세 4억6000여만 원 △양도소득세 223억여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조세포탈죄는 납세자가 세무 당국에서 부과한 세금을 피하고자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을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 만약 애초 세금을 잘못 매긴 거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조 전 회장은 항소심에서 일부 혐의 무죄가 나오면 실형을 면할 수 있다. 징역 3년형부터 재판부 재량으로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조 전 회장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배임ㆍ횡령, 상법 및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 원을 선고 받았다. 1심이 인정한 조 회장의 포탈세액 합계는 △양도소득세·종합소득세 120억여 원 △법인세 1237억여 원 등 총 1358억 원이다. 조 전 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법정 구속은 피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회장직, 지난 7월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