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팡팡] 운동회의 추억, 당신은 있나요?
“학교 운동회를 하지 마시오”
온 동네가 한바탕 떠들썩한 축제였던 초등학교 운동회가
국가에 의해 금지되었던 적이 있었단 사실, 아십니까?
때는 1975년입니다.
1960~1970년대 돈이 없어서 운동회를 치르지 못하는 학교가 많아지자
학교에선 학부모들에게 운동회 비용을 걷었습니다.
이 운동회비 징수가 부조리하다는 이유로 운동회가 중지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바로 1년만에 철회됐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박 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앞장섰던 국회의원단체인 유신정우회가 재개하도록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속내는 운동회를 정치 캠페인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죠.
“문교부 장관, 초등학교 운동회를 부활시키시오”
어쨌든 대통령이 나서서 다시 부활한 초등학교 운동회.
그러나 몇 가지 ‘지침’ 이 있었습니다. 1976년 문교부는 운동회 지침에 ‘절약’, ‘새마을정신 고취’, ‘총력안보 국방경기’를 주문했습니다.
당시 운동회 종목에 가마니짜기, 새끼빨리 꼬기, 화생방 대피경기 등이 포함된 배경입니다.
전쟁용어나 반공(反共) 관련 경기와 용어들도 초등학교 운동회에 종종 등장했습니다. 무찌르자 공산당, 우리의 소원은 통일, 돌격전, 기병습격 등의 이름을 단 경기도 진행됐죠.
이후 5~6공화국 시기에는 전통문화 승계와 통일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운동회에서 사물놀이나 부채춤, 차전놀이, 씨름, 강강술래 등이 펼쳐졌던 때였습니다.
초등학생들은 여름내내 땀 흘리며 연습했던 마스게임이나 단체율동 등을 학부모 앞에서 펼쳐보였습니다.
최근의 운동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동네축제, 가족잔치 분위기는 사라진 지 오랩니다.
가급적 오전에 행사를 끝내고 먹거리는 학교측에서 마련한 급식으로 해결합니다.
행사도 이벤트 회사에서 주체가 돼 전문적으로 치르는 경향이죠.
그러나 이마저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2014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5882개 초등학교 가운데 487개교가 운동회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숫자가 줄어든데다 맞벌이 가정이 늘어 학부모 참여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일생을 두고 잊을 수 없다.... 요즘의 도시 어린이들은 꿈과 추억거리가 너무도 메마른 편이다.... 학교 운동회는 어린이들에게 무한한 꿈과 낭만과 추억을 심어준다’
1984년 경향신문에 실린 ‘가을 운동회’ 라는 제목의 칼럼 일부입니다.
비록 정권에 따라 종목도 바뀌고 이념적인 변화에 휘둘리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겐 가족과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한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경험으로 남아있는 추억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그 추억을 뺏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