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작가에게 그림을 대신 그리게 한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73) 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 매니저 장모 씨에게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강호 판사는 조 씨의 그림을 대신 그린 작가를 조수가 아닌 독립적 작가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조 씨는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으며 완성단계의 작품을 넘겨받아 일부 덧칠만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작 작가가 재료와 도구를 자율적으로 선택했으며 조 씨는 비용만 냈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이에 비춰봤을 때 대작 작가는 조 씨의 창작활동을 도운 조수가 아닌 독립적인 작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또 조 씨가 대작 작가의 존재를 구매자에게 알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조 씨는 언론을 통해 그림 그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기 때문에 일반 대중과 구매자들은 조 씨가 직접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앤디워홀 같은 작가들도 보조 인력의 도움을 받지만 이를 구매자들이 인지할 수 있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씨의 행위는 미필적 고의”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판사는 그간 재판 과정에서 보인 조 씨의 태도를 나무랐다. “조 씨는 대작 작가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조수로 취급했다”며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는 태도로 수많은 무명작가에게 상처와 자괴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고용한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이 그린 것처럼 17명에게 총 21점을 팔아 1억5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