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전통시장 가을 축제 개막
전국 전통시장 400여곳에서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전통시장 가을축제’가 이달 말까지 동시에 치러진다.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에 맞춰 전국 전통시장도 제각기 특성을 살린 지역 축제를 기획해 선보였다.
경기 오산역 인근에 위치한 오산 오색시장은 이번 가을축제 기간 동안 수제맥주 ‘야맥축제’, 다문화 먹거리, 뮤직파티와 수공예 부스 등 다양한 즐길거리를 준비해 인근 수도권 나들이객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다.
이틀간 진행되는 야맥축제의 첫날인 21일 늦은 오후 시장은 초입부터 방문객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400m에 이르는 시장 길목 전체에 걸쳐 전국 곳곳에서 찾아온 15곳 브루어리의 80여 종 수제맥주를 파는 부스와 함께 20여 종에 가까운 먹거리 부스가 늘어서 있었다. 친구와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길목 군데군데 설치된 입식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부스에서 사온 맥주와 음식을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오색시장의 로컬 브루어리 ‘까마귀브루잉’에서 마련한 부스에선 브루마스터가 지역상인과 함께 연구 개발한 맥주를 선보였다. 탭에서 쉴새 없이 맥주를 따라 판매하던 김대성(39) 크로디 공동대표는 “크로디의 주력상품은 ‘오로라’ 페일에일인데, 이번 축제에서는 가을 시즌 제품으로 네놓은 코코넛 브라운 에일 ‘코브라’가 가장 많이 나갔다”며 “내일까지 판매 목표는 800잔”이라고 말했다.
근처에는 부산 송정에서 온 와일드웨이브 브루잉이 수제맥주 ‘서핑아이’와 ‘설레임’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창민(27) 대표가 권한 서핑아이를 맛보자 상큼하고 진한 귤맛이 혀끝에서 온몸으로 퍼져 기분까지 들떴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200잔 이상 팔렸다”며 “우리 지역에서도 오산처럼 활발한 수제맥주 페스티벌이 열렸으면 좋을 것 같아 최근 시측에 건의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 외 경북 안동이나 충북 제천 등에 기반을 둔 브루어리도 참석해 잔당 5000원에 직접 만든 맥주를 팔았다.
시장 내 ‘연길양꼬치’ 앞에 설치된 양꼬치 부스는 인기 폭발이었다.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긴 줄을 늘어서서 양꼬치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손에 양꼬치를 열댓개씩 들고 숯불에 양꼬치를 굽던 김건홍(49) 대표는 “처음 야시장을 할때는 소주를 팔아 어르신들이 더 많았는데, 이제 서서만 먹게 하고 소주 대신 맥주를 판매하니 젊은 손님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양꼬치를 비롯해 야맥축제의 ‘침샘’을 자극하는 음식은 타코야끼, 새우튀김, 파닭꼬치, 수제핫도그 등 다양했다.
성남에서 온 친구 커플과 길거리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던 박광원(31) 씨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이번 축제에 나왔다. 박 씨는 “작년에 비해 도로도 넓어지고 길이도 길어져 유모차가 지나다니기에 환경이 나아졌다. 수제맥주 종류도 더 늘어나고 맛도 좋아져 벌써 세 잔째”라며 앞포대기에 맨 아기를 연신 어르며 말했다.
저녁 7시가 되자 시장 골목은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모차만 해도 수십여 대가 눈에 띄었는데 때때로 오토바이가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낯선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시장 내에서 ‘철원개고기집’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선례 씨는 식당 앞에 설치한 가판에서 떡갈비를 구우며 ‘오늘 완판입니다’를 크게 외치고 있었다. 빈대떡만한 크기에 두툼한 떡갈비가 3000원의 인심 좋은 가격에 판매된 덕에 5시간 만에 준비된 물량이 모두 소진된 것. 김 씨는 “거리 가판 장사는 잘 되는데 식당 안에는 손님이 없다”며 “축제 기간엔 식당 장사가 잘 안 돼 손해긴 하지만 사람 구경을 많이 할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김병도 상인회장은 “전국 곳곳의 수제맥주 브루어리를 초청해 매년 두 차례 개최되는 야맥 축제는 오산오색시장의 명물로 자리잡았다”며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젊은 사람이 많이 찾아와야 하는데, 수제맥주를 축제 테마로 잡은 후부터 시장이 활기를 되찾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작년에는 3만여 명이 다녀갔지만 올해에는 축제 구간을 2배 이상으로 확장해 훨씬 많은 방문객들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