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가 너무 많다. 2013년까지 32.4%였던 면세자 비율은 정부가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48.1%로 폭등했고, 현재 46.8%에 달하고 있다. 1700만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만 800만 명이다. 심지어 총급여가 1억 원을 넘는 근로소득자 중에서도 0.2%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
46.8%라는 면세자 비율은 외국과 비교해도 너무 높다. 일본은 15.8%, 독일 19.8%, 호주 23.1%, 미국조차도 35.0%에 불과하다.
소득세 누진도가 높고 면세자가 너무 많다 보니, 상위 1%가 근로소득세의 32.6%, 종합소득세의 47.4%를 부담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초고소득자에게 세금을 좀 더 부과한다고 해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비약적으로 개선될 리는 없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 제기에 공감하고 있다. 2015년 면세자 축소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고, 올해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 수렴도 했다. 하지만 국민 저항을 이유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보편적 복지에는 보편적 부담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를 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 8월 ‘당당국민법(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총급여 2000만 원을 넘으면서도 각종 공제로 인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월 1만 원씩의 최저한세를 부과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총급여를 2000만 원 이상으로 제한한 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를 제외하기 위한 것이다. 즉, 최저임금 이상의 소득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월 1만 원씩은 세금을 부담하도록 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이다.
중복지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핀셋 증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세원을 넓혀야 한다. 0.02% 법인과 0.1% 국민에 대한 증세로는 전 국민의 복지를 떠받칠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논의에 성실히 참여하겠다고 답변한 만큼, ‘당당국민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돈을 쓰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돈을 걷지는 않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으로부터 재정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해 ‘당당국민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
물론 이 개정안이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십시일반(十匙一飯)을 해서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이 법안의 취지는 향후 ‘중부담-중복지’ 논의에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과세·감면을 남발했다. 그 결과 우리 세법은 누더기가 되어 버렸다. 정부는 매년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을 통해 비과세·감면을 정비하겠다고 하나, 실제 노력은 미미하다. 모쪼록 이 법의 통과를 시작으로 누더기가 된 우리 세법이 정상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