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함께 탈(脫)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환정책 로드맵을 확정했다. 하지만, 신규 원전 건설 계획(6기)이 백지화 대상으로 확정되면서 논란의 불씨를 낳고 있다.
탈원전 에너지정책에 따른 ‘수조 원의 경제적 손실’과 ‘전기요금 인상’ 우려가 제기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로드맵’이 악전고투(惡戰苦鬪)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文정부 ‘탈원전 로드맵’ 논란 = 3개월간 중단됐던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건설 재개로 결론 났지만, 논란의 불똥은 신규 원전에 쏠리는 분위기다.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 등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될 경우 매몰 비용이 1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에서다. 또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1조4991억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손실 산출은 경제적 피해를 기준으로 발전 정지에 따른 전력 판매 손실을 따진 결과다. 정지 기간은 내년 1월부터 운영허가 만료일인 2022년 11월 20일이 산정기준이다. 최근 3년간 이용률과 판매단가는 평균 83.3%, 61원80전/kwh로 계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곽대훈 의원(자유한국당)의 자료를 보면, 월성 1호기 외에도 원전 10기를 향후 10년간 가동할 경우 1기당 전력판매 금액은 4조5000억 원 규모가 될 수 있다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지난 10년간의 원전 평균 이용률과 지난해 평균 전력판매단가 68원/kwh을 적용한 산출 결과다.
앞으로 30년간(원전1차 수명 30년 가정)의 경제적 이익을 계산해도 원전 10기의 산술적 이익은 140조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적 효과는 배제한 채, 경제적 대안이 필요한 정부의 분석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탈원전 시행은 정부가 잘 못 다룰 경우 시장에 맡기는 것보다 복잡한 상황으로 치달을 우려가 높은 만큼, 계획 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정부가 잘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계획 체제를 가져간 것인데, 정부가 잘 못하면 시장에 맡기는 것보다 복잡해질 수 있다”며 “국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체제를 갖춰왔는데 현 정부는 의사결정체제를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니 공약 기반으로만 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원전, 결국 요금 인상 불가피 = 탈원전 등의 에너지정책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으나 수요 전망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래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정부는 2026년부터 5년간 5∼10GW 규모의 발전설비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대안은 신재생에너지로 향해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확대도 결국 비용 인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비용 인상 없는 신재생에너지를 늘려나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재정투입이 이뤄져야 가능하다.
프랑스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의 전기요금 상승 원인은 신재생에너지 지원 등의 세금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유럽 대표 연구기관인 프라운호퍼(Fraunhofer) 등으로부터 건네받은 보고서를 보면, 프랑스의 가정용 전기요금에는 세금 56%, 에너지 공급 비용 32%, 송배전 비용 12%의 인상분이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전기요금(kWh당)은 2008년 12.1 유로센트에서 2015년 16.2 유로센트로 상승세다.
조용성 서울에너지공사 에너지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은 “재생에너지를 많이 확대할수록 현재로선 비용이 올라간다”며 얼마나 재정을 투입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 소장은 이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사회적비용이 요금에 반영돼야 한다”면서 “에너지 가격체계를 건드리지 않고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선순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 전환’, 시대적 과제 = 그럼에도 에너지 전환은 버릴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체르노빌·후쿠시마 사고 등의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세계는 탈원전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 역시 세계 원전산업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고 꼬집는다. 급속한 기술 발전과 경제성의 향상으로 세계 투자는 원전과 화석연료 대신 재생가능 에너지로 흘러가는 분위기다.
탈원전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공론조사 결과에서도 원전 반대가 53.2%로 과반수가 넘는 시민이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장다울 선임 캠페이너는 “세계 최대 규모, 최다 밀집 원전 건설로 인해 가중되는 위험을 줄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며 “하지만, 이번 공론화를 통해 탈원전·에너지 전환이 우리 모두의 안전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 경쟁력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조용성 소장은 “같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모멘텀이 중요하다.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 나갈지의 차이로 본다. 계획이 좋고 나쁘고 차이는 아니다”며 “계획이 얼마나 현실화될지 의지와 이해당사자 간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