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성동조선해양 실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청산과 존속 중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자금 지원에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8월 한영회계법인이 착수한 성동조선해양 실사 최종보고서는 11월 중순 발표될 예정이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회계법인 실사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 가능성을 재점검해 처리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업계는 실사 결과가 청산 쪽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전망도 밝지 않고, 성동조선의 재무현황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성동조선은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1조4247억 원 많은 상태다. 올해 수주도 5척에 그쳐 11월부터 내년 초까지는 일감이 없어 공장을 쉬어야 한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성동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려울 경우 정리 여부를 포함한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과감한 결단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실사보고서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수은은 2010년 자율협약 이후 8차례 진행한 실사에서 매번 결과가 달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시 실사보고서의 존속가치는 보고서마다 최대 2조 원 이상, 청산가치는 7000억 원가량 차이가 났다. 이번 실사를 맡은 한영회계법인은 실사보고서 결과에 대한 근거, 반박자료 등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동조선 임직원과 지역사회의 반발도 거셀 전망이다. 존속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돼도 수은으로서는 구조조정 지속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지금까지 대출 2조7000억 원, RG 5조 4000억 원, 출자전환 1조5000억 원 등을 지원해 자금을 더 쏟아붓기도 어렵다.
수은 관계자는 “주채권자인 수출입은행뿐만 아니라 성동조선, 정부 등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얽혀 있는 만큼 심사 숙고해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수은이 해법을 고민하느라 실사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업계는 길어야 8주가량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는데 성동조선의 실사는 이보다 더 길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수은 측은 정상적인 일정이라는 입장이다. 수은 관계자는 “이번 실사는 경쟁력 등 살펴볼 것이 많아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것”이라며 “9월 말 발표된 클락슨리서치 발표 반영, 자구계획의 일환인 무급휴무, 연휴 등의 영향도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