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빈탈랄 왕자, 반부패 혐의로 체포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반(反)부패를 이유로 ‘중동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알왈리드 빈탈랄 킹덤홀딩스 회장을 4일(현지시간) 체포했다. 사우디의 큰손이 체포되면서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투자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5일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사우디 반부패위원회는 4일 빈탈랄 왕자를 포함해 왕자 11명, 현직장관 4명, 전직 장관 수십 명을 체포했다. 62세의 빈탈랄 왕자는 킹덤홀딩스 회장으로 씨티그룹, 트위터, 리프드 등 글로벌 대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블룸버그통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최고경영자(CEO) 등이 그의 사업 파트너로 꼽힌다. 사우디 정부가 그를 체포 명단에 포함한 것은 반부패 개혁에 성역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사우디의 억만장자 왕자인 그가 체포되자 관련 사업들이 받을 타격도 불가피하다고 NYT는 전했다. 그가 가진 재산만 17억 달러(약 1조9023억 원)에 달하며 글로벌 기업들의 지분 보유율도 높은 탓이다. 빈탈랄 왕자는 일찌감치 스타가 될 IT 기업들에 베팅해 수익을 거뒀다. 대표적인 기업이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JD닷컴이다. JD닷컴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오르기 전에 그는 투자에 뛰어들었다. 한 달 전에는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와 만나 중동 투자와 경제 발전을 이야기했다.
국제사회가 탈랄 왕자의 체포 소식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는 한편 그가 체포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반응도 제기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체이스 프리먼은 “빈탈랄 왕자는 국제적으로 대단한 명성을 쌓았다”며 “그러나 그는 왕실을 향해 가감없는 비판을 해온 인물이어서 사우디 왕실은 그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막대한 재산에도 빈탈랄 왕자는 사우디 왕국 내에서 권력은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분석했다. 그의 아버지인 탈랄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는 1962년 왕족들 내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이후 망명 생활을 한 뒤 왕권 승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사우디에서 개혁을 이끄는 빈살만 알사우드 왕세자가 지배 체제 확립을 위해 권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2세의 빈살만 왕세자는 여성 운전 허용 등 사회 개혁에 더해 부패 척결에 주도권을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