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絶世)의 절세(節稅) 기법으로 비난받는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 홍종학 씨는 교수일 때 재벌을 암세포에 비유한 적이 있다. 국회의원이었을 때는 “재벌을 봐줘야 할 이유가 뭐냐”며 면세점법 개정안을 밀어붙여 내로라하던 면세점 몇 개의 문을 닫도록 했고, 그곳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을 실직자로 내몰리게 했다. 기업인들이 그의 장관됨을 두려워하는 이유이다.
김상조 씨와 홍종학 씨 같은 사람들의 이런 발언과 행동은 1957년에 나온 에인 랜드(Ayn Rand, 1905~1982)의 대하소설 ‘아틀라스(Atlass Shrugged)’의 다음 구절을 떠오르게 한다.
<수백 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던 그 떡갈나무는 땅속으로 뻗은 뿌리가 언덕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어서 거인이 나무 끝을 잡고 흔들면 실에 매달린 공처럼 언덕과 지구 전체가 흔들릴 것 같았다. 무슨 일이 닥쳐도 꿈쩍하지 않을 그 떡갈나무는 가장 위대한 힘의 상징이었다.
어느 날 밤, 그 떡갈나무가 번개를 맞았다. 떡갈나무는 두 동강이 난 채 쓰러졌다. 검은 터널 입구를 들여다보듯 살펴본 나무속은 오래전에 썩어 없어졌고, 약한 바람에도 허공으로 흩어지는 잿빛 먼지만 남아 있었다. 나무의 생명력은 사라졌고 뒤에 남겨진 형체는 생명력 없이는 지탱할 수가 없었다.>
세 권인 번역본 제 1권 도입부에 나오는 이 구절은 길고 긴 ‘아틀라스’의 전개 방향을 암시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총 2700쪽이나 되는 이 소설의 줄거리가 다음과 같기 때문이다.
<생산 없는 분배, 발전보다는 평등주의가 지배하는 미래 어느 날의 미국. 권력은 무능한 정치가와 이상만 좇는 지식인들, 목소리 큰 선동가들(그중 일부는 부패했다)의 수중에 들어간 지 오래이다. 그 결과 경제는 만성적인 불황에 허덕이게 되고, 기업인들은 견디다 못해 하나둘 콜로라도 산 속 깊은 곳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은 절대 찾을 수 없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그들은 그곳에서 각자 자기가 잘 하는 것에 매진하며 간섭하지도, 간섭받지도 않는 삶을 산다.>
에인 랜드는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똑똑한 유대인 여학생으로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의 모순과 그것이 가져온 비극을 몸으로 겪었던 그는 1926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목소리가 조금씩 힘을 얻으려던 1950년대 초반 미국 사회에 보낸 경고로 해석된다. ‘자본주의와 개인주의를 사악하게 옹호한 소설’이라는 비난도 있지만, 영국 BBC는 지난 세기말 이 소설을 “성경 다음으로 미국인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했다. 요즘도 매년 수만 권이 팔린다.
이 글을 쓰던 날 아침 신문에 “경제는 명령으로 안 돼… 한국 최대 경쟁 저해 사범은 정부”라는 제목의 인터뷰가 실렸다. 인터뷰 대상은 전직 고위관료. ‘기업에 좋은 게 국가에 좋고, 국가에 좋은 게 기업에 좋다는 기업형 국가를 줄곧 말해온 사람’이라는 소개가 있었다. 혹시 그가 ‘경제’라고 말한 것을 기자가 잘못 듣고 ‘경쟁’이라고 쓰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