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車시장 활기
동남아시아 자동차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2013년에 정점을 찍고 나서 수년간 부진했으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판매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에 따르면 태국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올 들어 9월까지 신차 판매는 약 245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했다. 판매 대수 기준으로는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번 4분기에도 이런 성장세를 유지하면 올해 동남아 6개국 신차 판매는 약 340만 대로, 일본시장의 3분의 2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국과 필리핀이 시장 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태국은 지난해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전 국왕의 사망에 따른 자숙 분위기에도 오히려 높은 성장세 유지에 성공했다. 올해 1~9월 신차 판매는 62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필리핀은 같은 기간 판매 대수가 33만 대로, 시장 규모로는 6개국 중 4위에 그쳤지만 성장률은 15%로 가장 높았다. 필리핀은 특히 7~8월에 20% 안팎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평균 소득이 늘어나는 것 외 소비세 인상이 예상돼 올해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신차 구매에 나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필리핀 정부는 세수 증가 등을 목표로 세제 개혁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의회가 관련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 신차 구입에 따른 세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올해 고율의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급차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독일 BMW와 도요타 렉서스 등 럭셔리 차량의 필리핀 판매 증가율은 50~100%에 이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다만 내년 세금 인상에 따른 반동으로 판매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업계는 증산에 신중한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다른 시장에서는 업체들의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 볼보의 모회사인 중국 지리자동차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 국영 자동차업체 프로톤 지분 49.9%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지역 진출의 포석을 닦았다. 프로톤은 지리의 지원에 힘입어 올 들어 9월까지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12.5% 증가한 5만6297대를 기록했다.
베트남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빈그룹은 9월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했다. 빈그룹은 35억 달러(약 3조8913억 원)를 투자해 공장과 연구ㆍ개발(R&D) 단지를 세우고 2년 안에 자동차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빈그룹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어 전기차도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계획대로라면 2025년까지 연간 5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게 된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 합작사인 상치퉁용우링(SGMW)은 8월 인도네시아에서 전략 차종인 소형 미니밴 ‘콘페로(Confero)’와 ‘콘페로S’를 출시했다. SGMW는 지난달 콘페로와 콘페로S, 두 차종이 출시 2개월 만에 2212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 GM이 인도네시아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전개하던 시절 연간 판매량이 1만 대 정도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약 80% 점유율을 자랑하는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는 등 지배력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 자동차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9월 마감한 2017 회계연도 상반기 동남아 신차 판매 증가율이 15%에 달했다며 인도네시아에서 출시한 7인승의 다목적 차량(MPV) 익스팬더(Xpander)가 성장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와 마쓰다, 이스즈 등도 현지에서 인기 있는 픽업트럭과 SUV를 중심으로 신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