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펀드시장 활성화되면 집값도 오른다

입력 2017-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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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금 풍성하고 운용사들간 구입 경쟁으로 가격 치솟아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지난달 정부가 10.24가계부채 대책을 내 놓으면서 시중의 넘쳐나는 투자 자금을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개인이 직접 부동산을 사고파는 형태에서 자산운용회사를 통해 돈을 불리는 쪽으로 부동산 투자 판도를 바꿔보려는 의도인 것 같다.

개미 군단이 주택시장을 헤집고 다니면 가격이 한껏 부풀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사람이 여러 부동산중개업소를 방문해 매물을 찾을 경우 구매 수요가 많은 것처럼 보여 가격이 올라가는 사례가 흔하다. 부동산을 팔 때 주인은 동네 여러 중개업소에 물건을 내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매자는 다수의 중개업소를 돌면서 적당한 매물을 고르는 게 우리의 중개 형태다. 이런 구조에서는 중개업소마다 같은 매물이 있기 때문에 물건 주인 입장에서는 구매자가 많은 것으로 착각하고 값을 올리든지 아니면 매물을 회수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물건 주인 입장에서는 여기저기서 구입 문의가 오면 그런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가수요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왜곡되는 일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는 얘기다.

잠잠하던 시장이 달아오르면 구매수요가 자꾸 늘어나면서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다시 수요를 늘리는 쪽으로 치닫게 된다. 그래서 부자들이 집을 여러 채 사려는 이유도 이런 순환구조로 인해 큰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래서 개인의 주택 사재기가 쉽지 않게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부동산펀도와 리츠 관련 규제를 완화해 시중의 유동자금이 통제가 가능한 쪽으로 몰리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동안 주로 금융회사와 같은 기관투자사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한 부동산펀드·리츠 등의 자산운용구조를 개인들의 자금 유입을 돕기 위한 공모펀드시장 활성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다.

펀드와 리츠는 일반 개인 투자 자금을 모아 주택은 물론 오피스빌딩·상가·호텔·병원·물류시설 등 다양한 국내·외 부동산에 투자해 여기서 나오는 임대료와 양도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일종의 간접 투자상품이다. 금융사 등 기업을 자금모집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는 투자금이 적어도 1억원 안팎으로 큰 편이지만 공모형은 500만~1000만원으로 소액투자도 가능하다. 펀드의 경우 투자금이 투자기간 동안 묶이는 단점은 있으나 매달 또는 분기별로 임대료 수익이 배당되고 투자 부동산 매각 때 생기는 양도차익을 투자 지분 비율대로 얻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값이 많이 오르면 그만큼 투자 수익도 커진다. 투자기간은 3~7년 단위다. 리츠는 주식시장에 상장이 가능해 중간에 주식을 팔고 나갈 수 있다. 현재 4개 리츠가 상장돼 있다.

투자 수익률은 상품에 따라 차이가 많지만 대개 6~7% 정도다. 은행 이자를 생각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물론 마이너스가 나는 상품도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부동산 펀드 수익률이 자꾸 떨어지고 있고 해외펀드의 경우 변수에 따른 리스크도 적지 않다.

한국 부동산 자산운용시장 규모는 9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펀드 57조5832억원, 리츠 12조385억원 등 총 69조6217억원이다. 2007년 말 9조4528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7배 이상 커졌다. 그동안은 대부분 사모형 펀드가 주종을 이뤘고 근래 들어 공모형이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모형 부동산펀드의 관심을 촉발시킨 상품은 지난해 7월 하나자산운용이 내 놓은 ‘하나티마크그랜드부동산투자신탁1호’다. 서울 중구 명동 인근에 있는 티마크그랜드 호텔을 매입해 운용하는 상품이다. 총 매입자금 2000억원 중 690억원을 공모펀드 형식으로 조달하는 것으로 당시 인기가 대단했다. 일부 공모펀드는 약정금액이 다 차지 않아 투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금까지 출시된 부동산공모펀드는 총 10개로 알려진다. 그동안 뜸하다가 올해 5개 상품이 나왔다. 부동산 펀드 전문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사는 3개 상품을 내 놓았다. 올해 나온 펀드의 수익률은 현재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정부가 부동산펀드와 리츠 활성화 방안을 내 놓는다면 과연 시중의 여윳돈들이 이 곳으로 몰려들까.

부동산자산운용시장은 지금보다 훨씬 활기를 띌 것 같다. 아무래도 개인의 직접 투자시장이 좋지 않아 여유계층이 안정적인 간접투자쪽으로 눈을 돌릴 소지가 많다.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로 하자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상가 투자 전망도 밝지 않고 빌딩은 자금규모가 커 접근이 어렵다.

결국 투자가 손쉬운 부동산펀드·리츠와 같은 간접 투자상품 쪽을 눈여겨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노후 생활자금이 필요한 은퇴자 입장에서는 어쩌면 간접투자 상품에 돈을 넣어 두는 게 심간이 편할지 모른다. 각종 수수료는 나갈지 모르지만 임차인 관리 ·관련 세무행정 등을 투자회사가 처리해주므로 신경 쓸 일이 별로 없어서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는 공모 등을 통해 자금을 모았다 해도 어디에 투자해서 운용수익을 높여야 할지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의 시장 분위기에서는 수익성이 괜찮은 투자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오피스빌딩도 공급과잉으로 수익률이 형편없고 투자가치가 높은 상업시설 또한 물건이 한정돼 있다. 가장 맨맨한 게 임대주택이지만 그것도 임대료 상승제한이 있어 큰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경기가 풀려 임대기간이 끝나 매각 때 비싼 값에 팔 수 있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말이다.

공모형 펀드 등이 활성화하면 자산운용사의 부동산 투자 자금은 풍성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운용사로서는 어떤 식으로든 부동산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내려고 할 게다.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어떻게 되던 일단 운용사 자신의 수익 창출을 위해 부동산을 매입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는 부실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리츠 등에서 가끔 그런 일이 벌어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무튼 자산운용사들의 투자자금이 많아지면 관련 자금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결국 시장 자체가 활기를 띌 것이라는 말이다. 백억· 천억원 대 투자금을 확보한 운용사들이 서로 부동산을 매입하려고 경쟁을 벌이면 가격은 자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가격이 상승하면 아파트·빌라와 같은 개인 투자대상도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자를 불러들이게 된다. 운용사를 통한 간접투자보다 개인이 직접 부동산을 사고파는 게 더 이득이 되는 시장이 만들어진다는 소리다.

이를 뒤집어 보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펀드·리츠 활성화 방안이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꼴이 된다는 거다.

부동산은 경기 변동에 따라 롤러코스트를 타겠지만 어찌됐던 상승기류는 존재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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