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新남방정책’…2022년까지 年5~6%대 성장 ‘잠재력’…2020년까지 교역액 2000억 달러 확대 목표
취임 후 처음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주요국(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 순방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에서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해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통해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아세안을 주목하는 이유는 먼저 그동안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중심 경제외교로 뼈저린 고통을 몇 번 경험해 ‘시장 다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을 겪으며 시장 다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최근 미 보호무역 주의 강화와 중국의 굴기(堀起·우뚝 일어섬)로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 한국경제 영토를 확장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위기감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9월 러시아 방문 때 천명했던 ‘신북방정책’에 이어 아세안과 인도 등을 잇는 ‘신남방정책’의 완성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구상하는 큰 그림을 그리게 됐다.
◇젊은 소비시장 성장성 큰 아세안 주목 = 아세안은 한국의 제2 교역대상국이자 2위 투자지역이다. 한국무역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등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3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내고 있으며 대(對)아세안 투자도 2007년 32억 달러에서 지난해 약 51억 달러로 1.6% 증가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로 따지면 대유럽연합(EU) 25억 달러, 대중국은 33억 달러를 상회한다.
아세안은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10개국이 회원국으로 있다. 인구는 지난해 기준으로 6억3900만 명에 달하지만 평균 연령이 28세로 미래 성장성이 가장 큰 거대 공동체다. 국내총생산(GDP)은 2조5495억 달러로 전 세계 총 GDP의 3.4%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지만 2022년까지 연평균 5~6%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매년 600만 명이 아세안 10개국을 방문하고 있으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국가인 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류 바람이 강하게 불어 거대 소비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평가된다. 중산층 인구가 2010년 1억7000만 명에서 2030년 5억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아세안 국가의 도시 인구 비중은 47.7%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9일 자카르타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 대외 기조의 종축은 ‘평화축’이며 횡축은 ‘번영축’”이라며 “아세안은 바로 새로운 번영축에 속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성장성에 주목해 일본은 일찌감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추진하면서 아세안 국가에 대한 일본의 직접투자 비중은 15%에 달하고 있다. 뒤늦게 아세안 시장에 뛰어든 중국도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속에서 물량 공세를 펼치며 아세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1188억 달러 수준이던 아세안과의 교역 규모를 2020년까지 지금의 중국(2100억 달러) 수준인 2000억 달러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신남방정책’ 아세안 투자 전략은 = 문재인 정부의 아세안 투자전략은 중·일과 차별화된 ‘피플(People)·상생번영(Prosperity)·평화(Peace)’라는 3P 전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번 인도네시아 순방에서 문 대통령은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 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700만 달러 규모의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두 배로 확충하고 한·메콩 협력기금의 세 배 확대와 한·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 고도화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김 경제보좌관은 “아세안을 포함한 신남방국가들은 한국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지만 그동안은 단발적 정책에 머물렀고 중장기적 큰 틀의 접근이 간과됐다”며 “(단기적 접근이 아니라 중장기적 시각으로) 아세안 시장에 대한 전략적 중요성을 가지고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각 부처와 유관기관, 지자체 등에 흩어져 있는 아세안 협력 사업을 종합하고 총괄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아세안 태스크포스(TF) 출범이 시급하다”며 “구체적 협력 분야와 성공사례를 만들고 아세안 전문가들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