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운정지구와 서남부 수도권 철도망 사업으로 팔자 바뀌어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정부의 각종 부동산대책도 철도망 구축이나 대규모 개발사업 앞에서는 힘을 못 쓸 것 같다.
특히 수도권광역철도(GTX)과 같은 고속 교통수단이 등장하면 관련 지역 부동산시장에는 활기가 넘칠 게 분명하다.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 등의 하락요인을 철도망 구축과 같은 대규모 사업이 상쇄시킬 것이란 얘기다.
실제 사례를 보자.
경기도 파주시 운정지구는 서울과 너무 멀리 떨어진데다 공급물량이 넘쳐나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주택시장이 엉망이었다. 미분양이 속출해 주택업체들마저 신규 사업을 중단할 정도로 침체 기류가 두터웠다.
하지만 올해 4월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화성 동탄신도시에서 서울 삼성동을 거쳐 고양시 킨텍스전시장을 연결하는 수도권광역철도 (GTX)A노선이 운정 신도시까지 연장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차가운 한랭 전선이 온난 전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적체됐던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해소되는가 하면 가격도 상승세를 탔다.
최근 연장계획이 확정되자 아파트가격은 급등세로 돌아섰고 분양권 웃돈은 2배 가량 올랐다.
운정지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만 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고 올해와 내년 1만 가구가 추가로 주인을 맞게 된다. 지금도 공급이 넘쳐나는데 여기에다 1만 가구가 더 쏟아지게 돼 있어 시장 상황은 급속도록 침체될 판이었다. 게다가 서울 접근이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걸려 멋모르고 들어온 기존 거주자들도 이곳을 떠나는 분위기였다. 광역버스가 있다 해도 서울 도심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가량 소요돼 출·퇴근자 입장에서는 좋은 주거지가 못 됐다. 그랬던 운정지구를 살려 놓은 것은 바로 GTX노선 연장이다. 이 철도가 완공되면 서울 강남까지 30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으니 이곳의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GTX 영향권을 벗어난 어중간한 곳보다 서울 접근이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집값도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싼 편이고 공기가 맑은 전원도시여서 새로운 수요가 자꾸 생기는 분위기다. 다른 지역은 집값이 떨어질지 몰라도 이곳은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소리다.
철도망 확충이 팔자를 바꿔 놓은 사례는 또 있다.
경기도 월곶에서 판교를 연결하는 월판선 복선전철 영향을 받는 시흥·안양·의왕이다. 이 노선은 시흥시에서 안양~광명~의왕을 거쳐 분당 판교신도시까지 총 40km로 2019년 착공해 2024년 개통 예정이다. 이 노선은 전철이어서 GTX보다 빠르지 못하지만 이를 이용할 경우 판교의 주요 상업시설 이용이 편리하고 서울 강남 접근이 한결 수월해진다.
수도권 서남권은 서울 접근이 쉽지 않고 공급 물량이 많아 주택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곳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7월 ‘월곳~판교 복선전철’사업 기본계획을 내 놓자 다른 곳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전철 노선이 곧바로 서울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착공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큰 이유는 개발의 기대치가 반영된 때문이다.
이같은 영향으로 의왕·시흥·안양권의 아파트가격은 다른 곳보다 상승력이 강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전국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기 시작한 9월에도 각각 의왕 0.3%,시흥 0.4%, 안양 0.5% 올라 수도권 평균 0.1%보다 높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전철망 확충계획이 부동산 대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정부의 철도망 확충사업이 엄청나게 많다. 이들 사업이 곳곳에서 벌어지면 관련 지역 주택시장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철도망 확충사업은 모두 37개 사업에 총 사업비는 44조6000억원 규모다. 위례~신사선과 같이 이미 발표된 것을 빼고도 그렇다는 소리다.
주요사업으로 인천 송도~청량리 구간과 의정부~군포 금정간의 수도권의 GTX 2개 노선에다 신분당선 용산 동빙고~삼송간과 호매실~봉담 연장 사업, 부천 원종~홍대 구간, 성남 복정~과천 경마장,강일~미사 9호선 연장, 도봉산~포천간 철도사업을 등을 꼽을 수 있다.
말이 그렇지 이들 사업이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가면 부동산 시장은 다시 요동을 칠지 모른다.
그만큼 철도망 구축사업은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뜻이다.
이밖에 강남 영동대로 지하도시, 광하문대로 지하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 등도 대기하고 있어 이들 사업이 포문을 열면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