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정책사회부 기자
일부 지역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데 대해 업계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새 정부 들어서 당국이 한 달 간격으로 내놓은 부동산 시장 관련 정책들의 효과 여부는 차치(且置)하더라도 일관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하지만 서울 아파트의 분양가를 억제하려는 시도는 정부의 정책 목표에 그다지 부합하지 못하며, 효과도 거두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정책은 현재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실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신규 아파트 주변 분양가가 인근에서 최근 1년 이내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의 110%를 초과하는 경우 분양보증을 내주지 않아 사실상 분양을 막아 버린다.
하지만 강력한 분양가 억제 정책은 ‘기록적인 수준의 청약 붐’이라는, 당초 목표와는 정반대의 효과를 내고 말았다. 강남 3구의 노른자 입지인 반포·개포·서초동에서 시세 대비 매우 낮은 분양가가 책정된 아파트에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자가 구름떼처럼 몰려든, 이른바 ‘로또 청약 열풍’이 분 것이다.
어떻게 생각해도 정부의 당초 목표가 ‘강남권 아파트 입성이 가능한 수준의 자산을 갖춘 이들 중, 일부 운좋게 청약이 당첨된 이들이 자산을 더욱 불려 나가는 것’이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분양가 상한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억제책과 방향성은 같으면서도 강도는 더욱 강력한 규제라는 점, 이 정책을 바라보는 업계의 우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이니, 분양가 상한제니 하면 뭐하겠는가. 그런다고 오를 아파트가 끝내 안 오르겠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 만난 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의 분양가가 얼마든 간에,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업 과정에서 나온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흔치 않게도 정부 정책 방향에 관해 대기업과 시민단체가 일치된 견해를 보이는 이슈 중 하나가 ‘분양가 억제’라는 점을 시사하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