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회사가 운영하는 그린카페, 제주 모티브 식음료에 소비자 큰 반향
이름만 들어도 제주의 향기가 풍겨오는 듯하다. 산 모양의 빵 위에 새하얀 크림이 흘러내리듯 뒤덮여 이름 그대로 눈 내린 한라산을 연상케 하는 케이크, 식빵 위에 무화과를 겹겹이 쌓고 견과류와 제철과일을 더한 오름토스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싱싱한 한라봉 슬라이스를 유리잔에 띄워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 한라봉티, 한라봉 알갱이가 톡톡 씹히는 음료까지 메뉴 하나하나에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과 감성을 담아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이니스프리가 운영 중인 ’그린카페’에 가면 만나볼 수 있는 메뉴다. 이곳의 메뉴는 이니스프리 F&B(food and beverage)팀이 심혈을 기울여 자체개발한 것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당일생산 당일판매가 원칙이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의 순수한 자연이 주는 재료로 화장품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고객에게 브랜드 가치와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브랜드 체험관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를 2013년 오픈했다. 아울러 브랜드 가치를 자연친화적인 먹거리와 공간을 통해 알리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그린카페를 선보였다. 그린카페는 국내 4곳(서울 삼청·명동, 경기 판교, 제주)과 해외 2곳(중국 상하이, 청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니스프리 F&B팀은 그린카페의 메뉴기획·개발과 운영을 위해 지난해 4월 5명이 모여 신설됐다.
“메뉴 기획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니스프리의 브랜드 가치인 제주와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지요. 제주에서 나는 재료를 발굴해서 메뉴에 적용하거나 제주 자연과 계절 풍경 등을 메뉴 디자인의 모티브로 삼아요. 해녀바구니 브런치의 경우 물질하러 나가는 해녀들이 챙겼던 도시락을 떠올리며 만들었습니다. 제주바다에서 난 감태로 만든 주먹밥과 톳 계란찜 등으로 구성돼 있어요.”(계윤숙 팀장)
“메뉴재료에는 최대한 가공품을 배제하고 원물재료 그대로 맛을 살리는 레시피를 적용하려고 노력해요. 다른 카페와 달리 수작업 양이 2배 이상 될 정도로 메뉴 맛에 많은 정성을 들인다고 자부합니다.”(허수진 팀원)
그린카페의 인기메뉴는 유채꿀라떼와 수플레 핫케이크, 클라우드 티라미슈 등이다. 유기농 밀가루로 만든 클라우드수플레 핫케이크 경우 올해 1월 말부터 SNS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 또 6개 매장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조금씩 다른 개성을 가진 메뉴를 기획·판매하고 있다.
“유채꿀라떼는 기존 바닐라라떼에 바닐라시럽 대신 유채꿀을 넣어 달콤한 맛을 내는 메뉴로 제주하우스 오픈 때부터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었죠. 올 봄에 시즌메뉴 캠페인을 하면서 제주유채꽃을 얹어 메뉴 디자인을 변경했더니 판매량이 3배 가까이 늘었어요. 제주 수선화를 넣은 시즌음료도 일명 ‘비주얼갑’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죠. 올 가을에는 기존의 티라미수 상단에 제주 억새문양을 스텐실로 얹어 디자인했더니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었구요.”(정효정 팀원)
“중국 청두에 있는 매장에는 기존 매장 콘셉트에 한류 요소를 가미해 ‘볼케이노볼’이라는 메뉴를 만들었어요. 떡볶이를 재해석한 푸드메뉴인데, 현지 반응이 좋아요.”(임초롱 팀원)
F&B팀은 기존에 없던 새롭고 참신한 방법으로 상품과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느끼는 것까지 오감을 만족시켜야한다는 점이 팀원들에겐 늘 고민거리다.
“그린카페 메뉴는 모두 존재의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주 오름처럼 만들어봐’ ‘해녀가 물질하는 파란제주 바다를 상상하며 만들어’ 등이 메뉴 기획단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에요. 독특함을 살리면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더군요. 브랜드를 반영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보니 지금도 ‘이니스프리다운 것이 뭘까’에 대한 고민을 제일 많이 합니다.”(임초롱 팀원)
F&B팀은 그린카페가 이니스프리 고객들에게 기분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하는 단초(端初)가 되길 바란다.
“그린카페의 콘셉트는 ‘청정섬 제주와 자연이 주는 건강함을 담은 공간’이에요. 그린카페에 앉아 차 한잔을 마시며 단 1분이라고 이니스프리가 이야기하고 싶은 자연주의와 제주를 생각할 수 있다면 카페의 역할은 충분한 거죠. 어떤 마케팅 툴보다 진정성 있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계윤숙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