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의 정치적 리스크가 부각되자,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상황에서 자본의 건전성뿐만 아니라, 비자금 의혹 등 비정성적인 문제까지 ‘저인망식 심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은 이르면 다음주 중으로 하이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45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DGB금융이 신청서를 접수하면 자체 심사를 진행한 후 금융위원회로 넘겨 정례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이후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을 받게 되면 자회사 편입 승인이 완료된다. DGB금융이 전망하고 있는 인수 예정일은 내년 3월 30일이다.
사안의 핵심은 금융당국이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문제를 놓고 어떻게 입장을 정리해 나갈지 여부다. 표면적인 절차로 예상한다면 △사업계획서 △경영능력 △예상수지계산서 등 금융당국에 제시한 정성적 평가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박 회장의 입지가 최대 걸림돌로 분석되고 있다. 박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사장을 지냈던 영남대 출신인데다, 친박 핵심 좌장인 최경환 의원과 같은 경북 경산이 고향이다. 최근 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1억 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최 의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박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박 회장은 대구은행에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비자금 일부를 지역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조사를 받고 상황이다.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수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요지다. 만일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등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새정부 들어 민간 출신 금감원장이 내정된 것은 향후 금융당국의 인허가 과정을 놓고 특혜 의혹와 감독기능 소홀 등의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는 의미로 해석돼야 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박 회장의 자진 사퇴설은 이번 하이투자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2014년 취임한 후 3월 연임에 성공해 오는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박 회장의 정치적 리스크를 빌미삼아 아예 심사 일정을 미루거나 정례회의 안건 상정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현행법상 자회사 편입 승인은 접수 이후 60일 내에 심사하도록 돼 있다. 추가 자료 제출 기간이 있을 경우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3개월 내에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