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의료기기사업부를 CE(소비자가전) 부문에서 떼어내며 삼성메디슨과의 합병설이 또다시 고개를 들었다. 삼성전자는 기업 간 거래 (B2B) 특성이 강한 만큼 사업 경쟁력 강화라는 카드를 내세웠지만 시장에서는 의료기기 사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통합의 신호탄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조직개편 과정에서 의료기기사업부를 CE부문에서 떼어내 전사 조직으로 재편했다.
삼성은 2009년 12월 삼성전자 내 의료기기사업팀을 신설하고, 2011년 메디슨을 인수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했지만 시장에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삼성이 야심 차게 인수한 메디슨은 지속적인 실적 악화로 매각설도 수차례 흘러나왔다. 삼성전자는 2014년 “중장기적 의료기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메디슨과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초 삼성전자는 "합병이나 의료기기사업부 분할 계획은 없다"고 재공시하며 합병설을 잠재웠다.
이후 지난해 삼성SDS 대표로 있던 전동수 사장을 전격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인수 후 올해 처음 연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메디슨은 초음파 진단기기 신제품을 내놓으며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옛 미래전략실 핵심 멤버였던 김용관 부사장도 최근 의료기기사업부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과 더불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육성에도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삼성 계열사들의 사업개편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와 삼성메디슨이 판교 삼성물산 사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의 빈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며 생긴 공실에 의료기기 사업 전체가 입주하며 조직통합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사업 본질상 B2B 사업인 의료기기가 B2C(소비자 대상) 중심인 CE 부문과 사업의 특성이 상이하다는 내부 의견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