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호 “발행어음은 조달 아닌 운용의 경쟁”…단기금융 경쟁 자신감 피력
“투자자들에게는 중위험 중수익이 좋은 투자수단이면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는 적절하게 자금을 조달해 주는, ‘돈맥경화’를 뚫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본사 영업점에서 발행어음 1호 고객으로 가입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발행어음 판매를 시작한 소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발행어음은 가입 시점에 이자가 확정되는 약정수익률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13일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초대형 투자은행(IB)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 발행어음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금리산정 등 준비작업을 거쳐 이날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발행어음의 이름은 ‘퍼스트 발행어음’이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우리 회사가 최초로 발행어음 인가를 받았다는 의미도 있고 중단기 상품에 투자하려는 투자가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떠오르고 가장 혜택이 좋은 상품이라는 의미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사장은 “기존 은행권이나 금융시스템에서 적절히 자금공급을 받지 못한 기업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신용을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날부터 판매하는 발행어음은 ‘퍼스트 발행어음’과 ‘발행어음형 CMA’로 나뉜다. ‘퍼스트 발행어음’은 수시형과 약정형으로 구분된다. 수시형 수익률은 연 1.20%이고 약정형은 △7일~180일 1.20~1.60% △181~270일 2.00% △271일~364일 2.10% △365일 2.30% 등 기간에 따라 차등 수익률이 제공된다. 수시 입출금이 가능한 ‘발행어음형 CMA’ 수익률은 연1.2%이다. 발행어음 상품 1호 가입자인 유 사장은 이날 180일짜리 약정형 상품에 가입했다.
발행어음 금리는 시장에서 당초 예상됐던 수준보다 다소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의 선점 효과 극대화하는 동시에 은행예금 상품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유 사장은 “특별한 계산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금리를 결정하는 위원회에서 우리가 운용했을 때 최대한 고객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수준, 시장 내에서 경쟁상품에 비해 우리가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수준 등을 골고루 고려해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초대형 IB로 지정된 다른 증권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단기금융업 인가를 내주게 되면 증권사 발행어음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유 사장은 “발행어음은 자금조달의 경쟁이라기 보다 운용의 경쟁이다. 누가 기존의 IB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투자대상을 발굴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에 차이가 날 것” 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이 기업금융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읽힌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퍼스트 발행어음’의 최소가입금액은 100만원이며, ‘발행어음형 CMA’은 최소가입금액에 따로 제한이 없다. 유 사장은 “업계 최초로 발행어음 업무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느낀다”며 “가급적이면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금리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투자가들에게도 안정적인 투자수단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