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양조업체들 최근 성장률 높은 가운데 EU 불확실성 커
미국 주류 산업이 유럽 시장을 향한 장밋빛 전망을 거두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미국 주류 업체들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작년에 미국 주류업체는 약 14억 달러(약 1조5204억 원)의 증류주를 수출했다. 이는 2015년 대비 6.7% 증가한 규모다. 미국증류주협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06년과 비교해 미국 증류주의 전체 수출 규모는 62.9%, 위스키의 수출 규모는 50.1% 증가했다. 미국 술을 가장 많이 사들인 국가는 캐나다, 영국, 호주, 스페인, 독일 순이다. EU의 술꾼들이 미국 주류 업체를 먹여 살린다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의 독립 양조업체는 작년에만 20% 늘어날 정도로 탄탄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에서 골드문양조장을 운영하는 스테판 굴드 회장은 “우리는 영국을 무대로 더 큰 규모로 수출을 할 계획이며 북유럽과 네덜란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EU와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려 하면서 미국 양조업체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철강에 보호무역 조치를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내자 EU는 무역 전쟁이 엄습하고 있다고 경고를 날렸다. 지난 7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이 철강 보호주의를 고수하면 며칠 내로 보복조치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주류업계는 철강이 아닌 주류로 화살이 쏠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굴드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두고 분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무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는 미국 주류 산업에 해를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양조업체들이 유럽 수출을 걱정하는 또 다른 배경은 브렉시트다. 작년 기준으로 영국인들은 미국의 증류주를 1억2200만 달러 규모 사들였다. 영국은 미국 증류주 수출 시장에서 캐나다 다음으로 큰 손 고객이다. 그런데 현재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불확실성에 둘러싸여 있다. 미국 양조업체들은 영국을 대상으로 수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향후 5년은 고사하고 1년조차 불확실하다고 토로한다. 굴드 회장은 “영국 정부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버번위스키 양조장을 운영하는 스티브 빔 회장도 브렉시트가 영국 시장에서 전략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브렉시트가 주류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경제가 브렉시트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우울한 영국 국민이 술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가정에서다. 실제 영국 정부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에 하향 조정했다.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 5위 경제국 자리를 프랑스에 내줬다고 인정했다. 영국에서 미국 증류주 유통업을 하는 마이클 바숑은 “경기 침체기에 주류업은 오히려 호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길게 휴가를 즐기며 돈을 쓸 여유는 없겠지만, 술을 마시며 작은 사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