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협·코스닥협 대혼란 예상…법무부 연구용역도 유사 결론
“섀도보팅제도가 일몰 폐지되면, 내년부터 각 기업의 주주총회는 대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코스피 상장사 4분의 1이, 코스닥은 3분의 1 이상이 예탁원에 섀도보팅을 요청하는 게 현실이에요. 지금 상황에서 제도가 없어지면 이들 기업은 상장 폐지나 관리종목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인 ‘섀도보팅(Shadow Voting·그림자투표)’의 연말 폐지를 강행하자,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다시금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일몰 유예 방안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를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일몰 더 연장해야…30일 개정안 재논의 = 재계와 국회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 등 12인이 지난 9월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0일 정무위원회에서 재논의된다. 이 법안은 올해 12월 31일 섀도보팅제도 폐지 유예 기간을 전자등록법 시행일인 2019년 6월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되면 당장 내년부터 주주총회 결의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감사 선임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는 게 상장사들의 입장이다. 정족수 4분의 1을 만족시켜야 하는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감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3% 룰’ 때문에 고민은 더욱 커졌다. 국내 상법 409조는 감사 선임에 있어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발행주식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를 초과하는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성원 의원은 “유예기간 3년간 섀도보팅제도를 사용한 상당수 상장기업이 주주총회 성립을 위해 전자투표와 모든 주주 대상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실시했지만, 실제 활용률이 섀도보팅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전자투표와 전자위임장 행사율은 올해 3월 말 주식수 기준 각각 2.1%, 0.1%에 불과하다.
하지만, 금융위는 기업 투명성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연말 폐지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7일 정무위원회에서 “(애초 2015년 1월에서) 3년간 유예기간을 제공했던 만큼, 기업들이 더 노력했어야 했다”면서 “당초 계획대로 섀도보팅제도 폐지를 단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예’ 연구용역 결과 미공개 논란 = 이 가운데, 법무부가 실시한 연구용역에서도 일몰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결과가 나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송옥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말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된다면 주식이 분산된 회사의 경우 주주총회 결의요건인 발행주식 총수 4분의 1 이상 요건을 충족시키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상법 개정 시까지 한시적으로 현재 섀도보팅 유예 규정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런 내용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혼란 방지와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을 이유로 외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철 코스닥협회장은 “기업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라면 차라리 외부감사인 지정법은 받아들일 수 있겠다”면서 “섀도보팅제도를 폐지하면 인력도 적은 중소기업들이 일일이 몇천 명, 몇만 명의 소액주주를 방문해 직접 의결권 동의 여부를 물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유선상의 연락 역시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보호 문제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해 감사 미선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정족수 미달로 감사위원회가 구성되지 않더라도 상장 폐지되지 않게 해주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1년 동안 구성하지 못 할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섀도보팅이란 = 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1991년 도입된 제도다. 주총에 참석 안 한 주주 의결권을 증권예탁기관인 예탁결제원이 대신 행사해 ‘중립적 의결권 행사 제도’라고도 불린다. 2015년 1월 폐지될 예정이었으나, 시장 혼란을 이유로 3년간 폐기가 유예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