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경쟁자 없애고 연임하면 되겠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민간 금융회사의 부실한 지배구조를 지적한 발언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공교롭게 ‘3연임’을 앞둔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나서 ‘음해 세력’을 운운하며 난색을 표하는 상황을 연출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지주사 CEO(최고경영자) 연임과 관련해 셀프연임을 연상케 하는 발언을 내놓자, 김 회장의 거취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이렇다 할 회장 후보 경쟁자가 없어 내년 3월 김 회장의 3연임을 예측하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회장은 전날 하나금융그룹 창립 12주년 기념식 행사 후 “전 최고경영자(CEO)와 임원들이 (나에 대한 음해성 발언들로) 흔들기를 하고 있다는데 조직 차원에서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나서 전직 임원들이 자신과 하나금융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며 조직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며 “안타깝다”는 입장을 토로한 것이다.
최근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이 사외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상품(물티슈)을 수억 원어치 구매했다거나,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실적이 나쁘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았다. 하나금융 측은 이 같은 소문의 진원지가 김승유 전 회장으로 판단하고 있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김 전 회장 측이 김 회장의 연임 저지를 위해 언론에 각종 음해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후문이 돌았다.
특히 김 전 회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후문도 돌았다. 김 전 회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고려대,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은 경기고 선배가 된다. 김 전 회장은 과거 최 원장을 차기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 생각하고 그를 하나금융 사장으로 영입했다는 후문도 있다.
최 위원장은 “금융지주사 CEO는 은행권의 지배구조 특성상 다른 일반회사와 구분된다”며 “CEO 선임에 영향을 미칠 특정 대주주가 없어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논란의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하나금융의 지배구조를 보면 5% 이상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이 9.64%로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