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대형 악재가 거듭되자 급기야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부동산을 통한 경기진작이라는 극약 처방을 서슴지 않았고, 그것이 바로 작금의 엄청난 가계부채 폭증이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비하면 사실 인수위조차 제대로 꾸리지 못한 채 급조된 경제팀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의 반도체 경기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았고,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기대하기 어려웠던 3%대 성장이란 호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좋은 경제 성과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인가? 필자의 개인적 견해로는 힘들 것으로 본다. 올 한 해 우리나라 경제를 혼자 견인하다시피 한 반도체 경기가 내년에도 이어는 지겠지만 그 수출 증가세는 금년도 13.8%에 비해 크게 약화된 5.5%에 그칠 전망인 데다 가계부채란 값비싼 비용을 치르며 경제성장을 지탱해온 건설투자가 올해 5.5% 증가세에서 내년에는 0.1% 증가세로 주저앉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하여 대외 여건상 내년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3~4차례 예상되는 등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금리인상 기조에 우리나라 한은도 인상 대열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여, 이미 부풀 대로 부푼 가계부채의 압박이 가중되고 이것은 또한 민간소비를 상당 부분 억제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올 한 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축소 등의 조치는 기업들의 채산성을 크게 압박할 것이고,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들의 법인세 인하 기조 하에 우리나라는 반대로 법인세를 올림으로써 내년도부터는 기업들의 해외탈출 러시가 점차 시작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제반(諸般) 상황을 고려하면 비록 수출이 경기를 좀 뒷받침한다 해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 수준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면 앞으로의 경제정책은 어떻게 펼쳐 나가는 게 옳은 것인가? 경제학 교과서는 생산함수에는 세 가지 생산요소가 있다고 가르친다. 즉, 자본(K), 노동(L), 그리고 이들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즉 총요소생산성(TPF·總要素生産性), 이상 세 가지이다.
먼저 노동을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노동력을 나타내는 생산가능 인구는 이미 올해인 2017년부터 감소가 시작되었다.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적은 인구로 더 많은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의 효율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의미하는데, 현 정부의 정책은 어떠한가? 오히려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더욱 강화해 나가는 시책을 펴고 있지 않은가?
그 다음 자본을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의 자본은 이미 매우 흔한 자원이 되어 버렸으며, 이에 따라 자본의 생산에 대한 효율성 또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는 산업이 바로 금융인데, 현 정부는 금융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나? 필자의 눈에는 금융을 산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정도의 규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을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총요소생산성을 한번 보자. 이 총요소생산성이란 바로 혁신에 다름 아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때는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포장되었으며, 이번 정부 하에서는 ‘혁신경제’란 새 명함으로 교체되고 있을 따름이다. 그나마 이번 정부 하에서 약간의 성과를 기대할 마지막 언덕이 아닌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