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자재 업계는 ‘세미나 경쟁’ 중
국내 건축자재 업체인 LG하우시스, 한화L&C, KCC는 매년 자신만의 색깔이 담긴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한다. LG하우시스는 지난 5일, 한화L&C는 지난 10월 24일에 세미나를 열었다. KCC는 12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다.
업체들이 세미나를 개최하는 이유는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앞서 분석하고, 더 나아가 시장에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건자재 업체들은 세미나를 통해 국내외 사회·문화적 이슈를 분석하고 전망한다. 또한,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가지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정보를 시장에 제공하겠다는 공통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다.
3사의 세미나에선 앞으로의 디자인 시장을 설명하는 트렌드 ‘키워드’ 혹은 ‘테마’를 제안한다. 가장 최근 행사를 개최했던 LG하우시스의 올해 키워드는 ‘프로보크(Provoque)’다. ‘질문을 던지고, 사유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하는 우아한 도발’이라는 의미의 키워드로 이와 함께 드라마, 리베르, 얼라이라는 3가지 테마도 함께 제시했다.
한화L&C의 올해 키워드는 ‘하비투스(Habitus)’다. 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은 매일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제품과의 관계를 바꾸고 살아간다”며 “삶은 변화마저 새로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는 장기적인 과정이며, 이러한 습관의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형식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물을 들여다보면 3사 모두 각기 다른 특색을 지녔다. 특히, 어느 시장을 중점으로 잡느냐에 따라서 회사의 접근법이 달라졌다.
올해서 18회째를 맞이해 3사 중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LG하우시스는 B2C 시장에 중점을 두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트렌드 세미나를 통해 소비자들이 제품 자체에 주목하기보단 공간 자체를 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LG하우시스는 전시 공간뿐만 아니라 초청에도 적극적으로 앞장서 B2B 고객과 B2C 고객 모두를 행사장에 초청해 세미나를 마케팅·영업의 장으로 활용했다.
한화L&C와 KCC는 B2B에 좀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로 8번째를 맞이한 한화L&C는 건축, 인테리어 관련 종사자 및 유사 업종 종사자, 전문가 및 학계 전문가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특히 올해 세미나는 김건희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이 함께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활용, 인테리어 트렌드를 분석한 프로젝트의 결과 발표 시간도 마련됐다. 한화L&C 관계자는 “올해는 디자인 트렌드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 소셜미디어 및 인테리어 전문사이트의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트렌드를 알아보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12월 중순에 개최 예정인 KCC의 핵심 세미나는 ‘KCC CMF’다. 컬러, 머티리얼, 피니쉬(마감)의 앞글자를 딴 이 세미나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내년과 내후년 시장을 이끌 핵심 디자인 키워드와 메인 테마, 3개의 서브 테마를 제시한다. 올해로 3번째 행사를 앞둔 KCC 또한 B2B 고객들이 주요 타깃이다. KCC는 디자인 세미나를 통해 제품의 외관을 결정하는 색깔과 소재, 제품 생산 소재와 마감재를 디자인에서 주요 이슈로 상정해 인테리어와 실외 장식 제품과 함께 전시한다.
KCC 관계자는 행사를 통해 산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장점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소재도 중요하지만 디자인, 컬러도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KCC는 완성차 업계의 디자이너들이 동사의 세미나를 방문, 디자인 인사이트를 얻어 그들의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KCC가 제조산업에 선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CC 관계자는 “세미나를 통해 KCC가 시장의 디자인을 주도할 수 있는 경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으며 매출, 트렌드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자재 업계의 세미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LG하우시스 관계자는 “인테리어 관련 B2C 시장 확대 등의 영향으로 고객의 목소리를 정확히 분석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건자재 기업들 사이에서도 트렌드 예측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한발 앞서 고객의 요구에 알맞은 적절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기업이 결국 시장을 선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