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첫 예산안] ‘SOC’ 1.3兆 증액… 대부분 호남行으로 정권교체 실감

입력 2017-12-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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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조8000억 원 규모의 2018년 예산안이 6일 국회를 통과해 내년부터 시행된다.

2018년 예산안은 올해 대비 7.1% 증가했다. 이는 2017년 예산안 증가율 3.7%의 두 배에 달한다. 총수입은 447조2000억 원, 총지출은 428조8000억 원이다. 수입은 정부안 대비 1000억 원이 증가했고 지출은 1000억 원이 줄었다.

국회는 정부안에서 4조3251억 원을 깎고 4조1876억 원을 증액했다. 총 8조5127억 원이 국회에서 조율된 셈이다.

관리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사회연금 항목을 제외하고 정부 수입에서 지출을 뺀 것)는 28조5000억 원 적자로 정부안보다 1000억 원 개선됐다. 국가채무는 708조2000억 원으로 정부안보다 7000억 원 줄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39.5%로 정부안보다 0.1%포인트 축소됐다.

◇ 내년 SOC 예산안 올해와 비슷한 수준 = 내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1조3000억 원이나 증액된 것이다. 애초 정부는 올해 예산 대비 20%(4조4000억 원) 줄인 17조7000억 원의 SOC 예산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집행되지 않은 SOC 예산이 2조5000억 원가량 이월돼 올해 대비 실제 줄어는 액수는 2조 원 정도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1조3000억 원이 증액되면서 결국 내년 SOC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유지된 셈이다.

증액된 1조3000억 원 규모의 SOC 예산은 대부분이 호남 지역에 쏠렸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광주∼강진 고속도로 예산은 455억 원에서 1455억 원으로 1000억 원이나 늘었다. 서해선 복선전철 사업도 5170억 원에서 713억 원이 증액됐다. 백미는 KTX 호남선 2단계 사업인데 무안공항을 거치도록 해서 규모를 154억 원에서 288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포항에 11월 15일 규모 5.4의 지진으로 역대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지진 대비 지원은 여야 공감대 속에서 1279억 원이 확대됐다.

국회의원 월급도 올해 대비 2.6% 인상됐다.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대 및 응급의료 전용헬기 지원 212억 원, 지역아동센터 기본운영비 월 497만 원에서 516만 원 인상, 요보호아동 그룹홈 및 학대 피해 아동쉼터 인건비 연 2300만 원에서 2500만 원 인상 등도 눈에 띄는 증액 예산이다.

◇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 144조7000억 원 확정 = 반면 정부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핵심 예산인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애초 정부안보다 1조5000억 원 줄어든 144조7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가장 많이 삭감된 사업은 기초연금, 아동수당,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 순이다.

0∼5세 영·유아에게 월 10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은 애초 내년 7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 이에 따라 3900억 원이 감액됐다.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인상된 기초연금도 애초 내년 4월에서 9월로 미뤄지면서 7200억 원이 감액됐다.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이 미뤄진 것은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야당의 주장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 지원은 당초 5373억 원에서 2200억 원이 감액됐다.

청년고용 예산도 삭감됐다. 중소기업에 장기 근속하는 청년에게 정부가 돈을 보태 목돈 마련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 예산이 381억 원이나 줄었다. 취약계층에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예산도 300억 원 감액됐다.

연구개발(R&D) 예산도 1.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우리 경제에 위기와 기회로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을 산업구조에 체화시키기 위해서는 R&D가 크게 늘어야 하지만 국회의 무관심을 받았다.

◇ ‘밀실 예산’ 포함 곳곳서 논란 = 국가교육회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북방경제협력위원회 등 문재인 정부가 만든 각종 위원회 예산도 정부안 대비 10%씩 삭감됐다.

2조9708억 원 규모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은 정부안이 그대로 유지됐다. 다만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하되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사회보험료 지급 연계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진 계획 및 진행 상황을 2018년 7월 국회에 보고키로 했다.

내년 예산안은 국회 예산안 통과 법정 시한인 2일을 한참 넘겨 6일 새벽에나 돼 통과됐다. 입법부가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긴 셈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이 공무원 증원이었다. 여야는 공무원 증원을 놓고 훗날 두고두고 이야깃거리가 될 흥정을 벌였다.

당초 정부안은 1만2221명이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당은 1만 명, 야당은 9000명을 고수했다. 이후 협의를 통해 여야의 중간치인 9500명에 1차 합의를 했다. 그러나 반올림하면 1만 명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야당은 9450명으로 수정안을 들고 나왔다. 결국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간에서 9475명으로 수정안을 제시해 결국 9475명으로 확정됐다.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는 식으로 진행된 셈이다.

또 내년 예산안은 여야 지도부가 ‘2+2+2(정책위의장·원내수석대표) 회동’에서 주도하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예산결산특위 소소위원회에서 회의록과 회의 공개 없이 통과시켜 논란이 됐다. 말 그대로 ‘밀실 예산’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본회의에서 통과된 증감사업을 보면 예결위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는 사업도 많다. 쪽지예산이 올해도 많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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