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세제개혁] ② 승자와 패자는…대기업만 혜택?

입력 2017-12-21 09:28수정 2017-12-2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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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백만장자 환호…고급주택 소유자·저소득층 등 울상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앞에서 19일(현지시간) 세제 개편안 반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세제개혁이 결승선을 통과한 가운데 내년부터 시행될 세제개편안을 놓고 승자와 패자가 나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세제개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내 부동산 재벌 인사들이 대표적인 승자라고 지적했다. 이번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개발업체, 헤지펀드, 로펌 등 이른바 ‘패스스루(pass-through)’ 기업에 수혜가 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은 현재 사업 소득이 개인소득으로 보고돼 법인세를 내지 않고 개인 소득세를 낸다. 패스스루 기업에 부과되는 현행 최고 세율은 39.6%인데 세제 개편안은 이를 29.6%로 낮췄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와 그의 사위이자 부동산 사업가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은 실질적인 수혜를 입게 된다.

대기업들도 환호를 지르고 있다.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이 35%에서 21%로 낮아져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대규모 IT 업체를 포함해 제약, 유통업체 등이 모두 수혜를 볼 전망이다. 특송업체 페덱스는 이날 수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면서 “세제개편안이 통과될 시 수익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페덱스는 내년 5월 31일 마감하는 회계연도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종전 12.70달러(약 1만3800 원)에서 13.30달러로 상향했다. 그러면서 감세안이 시행되면 EPS는 17.10~18.80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페덱스의 프레드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세제 개편안은 미국 경제의 성장에 이바지하고, 일자리 창출, 투자 증가 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친 성장, 친 비즈니스 세제 개혁”이라고 환영했다.

백만장자들도 감세안을 반긴다. 상속세 면제 한도를 현행 1인당 최대 1100만 달러에서 2200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기 때문이다. 이는 수천만 달러의 재산가들에게는 매우 큰 규모의 감세인 셈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또 개인 소득 연 50만 달러 이상, 부부 연소득 60만 달러 이상에 적용되는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은 현행 39.6%에서 37%로 하향 조정됐다.

반면 고급 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은 늘어난다. 현재는 재산세와 주 정부에 낸 개인소득세를 합해 모기지 이자 공제 혜택을 1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으나 개편안은 이를 75만 달러로 축소했다. 이 같은 조처는 고급 주택 가격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잠재적인 주택 구매자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지만, 거꾸로 주택을 팔려고 계획했던 사람이나 고급 주택 소유자들에게는 오히려 악재인 셈이다.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의 수혜를 받던 저소득층은 오히려 세제 개편안으로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감세안에는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건강 보험 가입 의무화가 폐지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같은 조치로 향후 10년간 1300만명의 무보험자를 양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개인이 드는 건강보험 가격이 10%가량 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감세안으로 재정 적자가 초래돼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인 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이며 메디케이드는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지역 주민들에게도 세제개편안은 악재다. 지난 9월 허리케인 마리아가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남겼다. 푸에르토리코는 감세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안에 푸에르토리코 주민을 위한 감세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오히려 추가적인 세금을 물게 생겼다. 개편안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기업들을 미국은 외국 기업으로 취급한다. 이들 기업은 지적재산권으로 벌어들인 소득의 12.5%를 미국에 내야 한다. 리카르도 로셀로 푸에르토리코 주지사는 “푸에르코리코가 내는 세금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바이오, 제약, IT 업체들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마리아 파트2가 불어닥친 셈”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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