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식료품·배송업체 등 아마존 날갯짓에 휘청
아마존은 2017년에도 끝없는 야심을 드러냈다.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이 새로운 사업에 진출할 기미를 보일 때마다 관련 산업은 잔뜩 긴장했다. 아마존의 작은 날갯짓에 허리케인 같은 반응을 보인 분야를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정리했다.
가장 많은 시선을 받은 분야는 제약업계다. 지난 10월 초 아마존이 제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미국 의약품 유통업계 공룡 월그린스와 CVC헬스의 주가가 급락했다. 이후 10월 말 아마존이 미국 내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약국 면허를 취득한 아마존이 대형 의약품 도매나 온라인 판매, 헬스케어 산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이때 월그린스와 CVS헬스 주가는 올해 최저치를 찍었다.
CVS헬스가 건강보험회사 애트나를 69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12월 초에 발표하면서 주가는 아마존의 제약업 진출설이 나오기 전으로 회복했다. 이번 인수는 아마존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제약업에 뛰어들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고 분석한다. 다만 아마존이 언제, 얼마나 공격적으로 움직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 번째 업종은 식료품 업계다. 지난 6월 아마존이 홀푸즈를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월마트, 타겟, 크로거의 주가가 수직으로 하락했다. 크로거의 주가는 아마존의 인수 발표 당일에만 약 10분의 1가량이 떨어져 나갔다. 반면 홀푸즈의 주가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아마존의 홀푸즈 인수는 발표 당일 이후에도 식료품업체들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지난 8월 홀푸즈의 가격을 대폭 인하하겠다고 밝힌 시점이었다. 아마존은 시장의 눈도장을 찍고자 닭고기, 아보카도 등 식품에 1차 가격 인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크로거의 주가는 하루 만에 8.1% 하락했다.
세 번째로 타격을 받은 업체들은 배송업체들이다. 아마존이 페덱스와 UPS 등에서 독립해 자체 배송을 시작할 기미를 하면서 두 업체의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1월 아마존이 켄터키 주에 화물 허브를 건설하는 중이라고 발표하자 두 업체의 주가는 급격하게 하락했다. 이후 지난 7월 아마존이 미국 내에서 상업용 드론 배송 서비스(아마존 프라임에어)의 실증 테스트가 가능하도록 일시적으로 허가를 맡았다고 발표하자 두 업체의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지난 10월에는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새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간 뒤 주가가 크게 출렁였다. 아마존은 자체 배송 시스템을 ‘셀러 플렉스(Seller Flex)’라고 지칭하고, 올해 웨스트 코스트에서 시험적으로 이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내년에는 시행 범위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네 번째는 밀 키트(Meal Kit) 사업이다. 밀 키트는 가정에서 간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도록 한 끼 식사 분량의 식재료를 손질해 집에 배송해주는 것을 말한다. 지난 7월 아마존이 밀 키트 상표를 등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미국 최대 밀 키트 업체인 블루에이프런의 주가가 11%나 폭락했다.
마지막으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아마존의 날갯짓에 타격을 받았다. 오토존, 오라일리오토모티브, 어드밴스오토파츠 업체의 주가는 지난 1월 아마존이 자동차 부품 판매 사업에 눈독을 들인다는 보도가 나간 뒤 하락했다. 당시 미 언론은 아마존이 보쉬, 카톤인더스크리 등 대형 부품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