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온도차 여전한 가운데 전문가 “시행 추이 지켜봐야”
1일 최저임금 7530원 시대의 막이 올랐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가치인 소득주도성장론 실행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된 첫 해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의 합의 후 정부의 후속 보완책 발표와 노사정 간담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지만 근로현장에서 고용 주체인 기업들의 입장은 근로자를 비롯해 정부의 입장과도 여전히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15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1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84.3으로 지난달보다 4.8%포인트 하락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이런 전망의 배경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특히 제조업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인건비 때문에 일자리 창출은커녕 고용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거나 휴일가산 중복 할증 불인정,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선 등의 추가 보완책이 뒤따르지 않으면 채용 규모를 줄이거나 키오스크 등 무인 설비나 공장 자동화 투자를 통해 고용 인력을 대체하겠다고 말한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300곳 가운데 82%가 ‘신규채용계획이 없다’고 답했으며, 복수의 채용관련 사이트 조사결과 자영업자 대부분이 아르바이트 채용을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 따르면 투자 여력이 되는 일부 제조업들은 초기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자동화 설비 구축에 너나할 것 없이 나서고 있다. 주유소나 외식업체 등의 자영업자들도 셀프 주유소나 무인 계산대 등 키오스크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정부는 중소·영세기업을 대상으로 3조원 규모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편성하고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자 1인당 월 최대 13만 원의 ‘최저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 한 인사 “일시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미봉책에 불과하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근로자들도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에 따르면 근로자 460만 명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볼 것이라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업이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고용 축소에 돌입할 경우 일자리를 아예 잃는 근로자도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근로자들은 고용주들이 기존의 상여금이나 연장근로수당을 최저임금 인상분에 포함시키는 ‘꼼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한다며 정책의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까지 실물경제 추이를 살핀 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신중론을 제시한다. 김동열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도 여러 가지 가능성에 발맞춰 정책자금을 확대하고 일자리 안정기금 등을 준비한만큼 너무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모든 업종과 규모의 기업이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으로 가야하는지에 관해서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후 논의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