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호타이어 매각에 실패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재매각을 위해 조직을 보강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산업은행은 매각작업과 구조조정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3일 채권단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부터 3개 팀으로 구성된 금호타이어 TF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금호타이어 문제는 구조조정1실 CR3팀에서 담당해 왔다. 여기에 인수·합병(M&A)팀, 대외협력팀을 추가하고 법무 업무를 지원할 변호사 2명도 파견됐다.
구조조정팀이 금호타이어의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는 동안 M&A팀의 매각작업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 매각에서 문제가 된 상표권 분쟁 등 법률적 사안은 파견 변호사들이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금호타이어 이슈가 지역 민심과 연관이 깊은 만큼 대외협력팀은 국회와 언론 등 대관·대언론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이번 TF를 구성하면서 그간 금호타이어 이슈를 주도해 온 구조조정실 인력도 교체됐다. 그간 CR3팀을 이끌던 정성욱 팀장과 금호타이어 업무만 약 10년을 맡아 온 양재호 부부장 대신 유병수 팀장이 앞으로 금호타이어 실무를 지휘한다.
산업은행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금호타이어의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하기 위해서 TF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TF의 첫 성과는 이달 중순께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당초 지난해 말까지 금호타이어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중국 더블스타로 매각이 불발된 후 지난해 9월 자율협약 체제로 들어갔다. 이후 금호타이어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정상화 방안 초안을 수립할 예정이었으나 이달 말까지 채권행사 유예기한을 연장해 결정을 늦춘 상태다. 이에 늦어도 2~3주 내 처리방안을 마련해 채권단 협의회를 개최해야 한다.
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의 일방적인 ‘수혈’로 연명하는 방안 외에 다른 방식의 정상화 방안이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일PwC의 실사 결과 금호타이어 중국 부문의 부실이 커 채권단만 단독으로 추가 자금 투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010년 이후 이 회사에 신규 자금만 1조1000억 원을 지원했다.
특히 지난달 SK그룹이 비공식적으로 금호타이어의 인수를 타진한 후 인수조건 이견으로 불발됐으나 TF에 M&A팀이 포함된 만큼 재논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SK그룹 외에도 다수의 중·소형 사모펀드(PEF)가 지난해 금호타이어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한 P플랜(단기 회생절차)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산은 이외 채권은행들의 반발은 물론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 지분 14.15%와 6000억 원 규모의 여신을 보유하고 있으나 모두 무담보채권이다. 1조6800억 원 규모 담보를 설정한 산은은 P플랜에 돌입하더라도 상당한 회수율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은행의 경우 거의 회수가 불가능하다.
산업은행은 이번 TF체제의 성과를 본 후 향후 중요한 구조조정 업무를 TF 체제로 처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TF는 새로운 시도”라며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구체적으로 절차를 매뉴얼화해 앞으로 활용할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