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이사회가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김정태 회장의 3연임 도전과 함께 차기회장 후보군 27명을 확정됐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의 양대 수장(首長)이 이른바 김 회장 ‘셀프연임’ 문제를 거론하며 여론전을 펼쳤던 터라, 하나금융 안팎으로 차기회장 인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나금융 이사회는 4일 오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첫 회의를 열고 차기회장 후보군 27명을 확정했다. 후보군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김병호 부회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이 포함된 내부 출신 8명과 외부인사 19명으로 구성됐다. 후보에는 회추위 위원과 외부 전문기관이 추천한 인물, 고위직 퇴직 임원 등이 포함됐다. 회추위에는 윤종남 이사회 의장과 송기진, 김인배, 윤성복, 양원근, 박원구, 차은영 등 사외이사 7명이 참석했다.
◇김정태 ‘3연임’ 관전 포인트…유효경쟁 막판 변수 = 하나금융 차기회장 인선 과정의 관전 포인트는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김 회장 3연임 도전과 유효경쟁(2인 이상 복수경쟁)체제 구성 여부다. 앞서 하나금융 측은 현직 회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금융당국의 지적이 있었던 만큼 김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했다. 당초 회추위는 사외이사 8명 중 6명과 김정태 회장을 합쳐 7명으로 구성했다.
또한 사외이사 추천 절차도 객관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와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받았다. 막판 변수는 이번 회추위가 유효경쟁을 성사시킬지 여부다. 내부적으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 김병호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그나마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그룹 전반을 통솔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 경우 일부 언론을 통해 차기 회장직을 고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앞서 최흥식 금감원장은 “(최근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연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유효 경쟁의 모습을 갖추라는 것”이라며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막을 의도는 없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유효 경쟁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김 회장, 하나은행 노조 뛰어 넘을까 = 김 회장 입장에선 노조와의 관계 개선도 마지막 숙제다. 하나금융 노조는 김 회장의 3연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이들은 국회·금감원 등을 중심으로 연임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 공교롭게 회추위가 가동된 이날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과 의결권 자문사 ISS,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앞으로 ‘최고경영자(CEO) 리스크’ 관련 의견서를 발송했다.
의견서에는 △최순실 씨를 지원한 이상화 전 하나은행의 특혜승진 개입 △아이카이스트에 대한 특혜대출 연루 의혹 △사외이사 특수관계인 운영 업체와 계열사의 특혜거래 의혹 등이 담겼다.
노조 측은 “김 회장은 제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개별 자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규정과 절차를 무시해 각종 채용비리, 노동조합 활동 탄압, 내부 조직의 사유화, 부실대출 알선, 부당한 내부거래 등 많은 문제를 양산했다”며 의견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