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1위 은행 자리를 향한 치열한 신경전이 연초부터 가열되고 있다. 지난 8년 간 선두에서 독주 체제를 굳혀온 신한금융과 맹렬한 기세로 역전을 노리는 KB금융 간의 자존심 싸움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오는 3월 말 공개되는 2017년 사업보고서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이 나오면 어느 쪽이 리딩뱅크 인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와 신한은행은 지난 5일 각 사 연수원에서 ‘리딩뱅크’로 압축되는 주제로 2018년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순이익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쳐다. 우선 지난해 3분기 말까지 누적 순이익을 보면 KB금융이 2조7577억 원으로 신한금융(2조7064억 원)보다 500억원 정도 앞섰다. 주력 자회사인 은행 실적에서도 국민은행이 1조8413억 원의 순익을 올려 신한은행(1조6959억 원)을 일단은 앞질렀다. 신한금융의 순익 비중은 은행과 카드에 집중됐다. 반면 KB금융은 증권과 손보, 캐피탈 등으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하면서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종규 회장 “올해 지주사 전환 10년, 리딩뱅크 굳히겠다” = KB금융은 지주 출범 이후 10년 만에 연간 실적 기준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목표 달성에 집중하고 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허인 KB국민은행장과 계열사 대표, 임원 등이 참석한 상반기 워크숍을 열고 ‘리딩 금융그룹’으로서 지위를 지켜 나가라고 주문했다. 주요 목표로는 ‘리딩 금융그룹으로서의 지위 공고화’와 ‘글로벌 금융 그룹으로 우뚝 서는 새로운 10년’으로 압축했다.
윤 회장은 “지난 성취에 안주하지 말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자”라는 '자강불식'의 자세를 재강조하면서 “워크숍 논의사항에 대해 각 임원은 실행에 집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리딩뱅크 탈환의 승기를 잡기 위해 생명보험사 등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M&A)를 모색하고 있다. KB금융이 리딩뱅크 경쟁에서 앞서 가게 된 배경에는 증권과 손보 등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4년 KB 사태의 상처에서 회복한 KB금융은 지난해 메이저 증권사인 현대증권을 합병해 KB증권이 출범한 데다, KB손보도 완전자회사로 편입돼, 반영되는 지주 순이익 규모가 커졌다.
◇위성호 “초격차 리딩 뱅크로 나가자” = 위 행장은 이번 상반기 워크숍에서 “크고 작은 전투가 이어지고 국가의 경계가 수시로 바뀌는 변화와 혼란의 시대라는 점에서 지금은 춘추전국시대와 비슷하다”며 “올해 금융업에서 벌어질 경쟁은 조직의 존망을 결정할 중요한 전쟁”이라고 했다. 이어 손자병법 문구를 인용하며 “출정을 선포하고 전장으로 나가는 장수의 결연한 각오로 올해 금융의 승자가 돼 초(超)격차의 리딩뱅크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조용병 회장 취임 2년차를 맞아 ‘2020 프로젝트’ 추진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글로벌 M&A와 함께 자본시장 부문을 강화하는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지난해 연말 조직개편에서도 은행-금융투자-보험 계열사의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투자운용사업부문을 신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