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없어도 업계 러브콜 쏟아져…IoT 시대 받아 AI 비서에 관심 쏠려
구글과 아마존닷컴이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소비자가전쇼(CES)’를 지배하고 있다.
CES는 9일(현지시간) 일반 관중을 대상으로 개막했다. 구글과 아마존닷컴 등 미국 IT 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은 사전 기자회견을 열지 않는 등 홍보 활동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지만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 등 업계의 러브콜이 쏟아졌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했다.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맞아 전 세계 업체들이 이 분야를 주도하는 두 업체와의 파트너십 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은 올해 각각 처음으로 CES에 독립 부스를 차렸다. 그러나 양사 모두 CES 공식 개막에 앞서 업체들이 중요한 행사로 치르는 기자회견을 열지는 않았다. 아마존은 대신 자사를 찾는 파트너들과의 면담을 위해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아호텔에 대규모 장소를 임대했다. 구글은 일반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자 인공지능(AI) 음성인식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하는 대형 디지털 광고판을 세웠으며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오가는 트램과 버스에도 광고를 부착했다.
지난해 ‘알렉사’로 AI 비서 돌풍을 일으킨 아마존은 올해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작년에 ‘스마트홈’ 기술에 중점을 뒀다면 올해는 자동차로 이동했다. 파나소닉은 전날 아마존의 알렉사를 탑재한 차량용 정보제공ㆍ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파나소닉은 구글 어시스턴트에 대응한 차량 정보시스템도 발표해 아마존과 구글이 IoT의 대세임을 시사했다. 도요타는 아마존과 연계해 자율주행 전기 배달트럭 컨셉트카 ‘이-팔레트(e-Palette)’를 선보였다.
아마존은 그밖에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도 제휴해 주방기기와 헤드폰, 스마트워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알렉사의 용도를 넓혀나가려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구글 진영도 만만치 않다. LG전자는 구글 어시스턴트를 탑재한 평면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소니와 레노버 등도 어시스턴트를 지원하는 제품을 발표했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과 볼보 등 자동차 업체들도 구글 진영에 합류했다.
구글 어시스턴트 개발 총책임자인 스콧 허프만 부사장은 전날 LG전자 기자회견장에 게스트로 나타나 “시계와 TV 냉장고 세탁기 오브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어떤 제품에서도 협력이 가능하다”며 AI 지원 확대를 자신했다.
중국 기업이 기세를 떨치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의 루치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미국이 AI 기술에서 세계 최고”라며 “그러나 중국은 자본과 인력, 시장이 있어서 격차를 좀좀 좁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두는 포드와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기업 약 50개사가 참가한 자율주행 기술 구축 프로젝트인 ‘아폴로’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톤은 오는 202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한다고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아마존과 구글, 더 나아가 바이두 등 중국 기업도 기존 CES에서는 전혀 주인공으로 거론되지 않던 기업들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가전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IoT 시대가 도래하면서 업종을 가리지 않는 이종격투기의 양상이 CES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