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 최종 결정을 약 2주 앞두고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이프가드 발효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국내 가전 업계는 사실상 해당 발언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송대현 LG전자 H&A 사업본부장 사장은 1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는 ‘2018년형 휘센 에어컨’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해 “LG는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덤핑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며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고객들에게는 LG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제품 공급을 (원할하게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그렇게 약속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공식입장 낼 것이 없다”면서 “지난번 북미 뉴스룸에 게재한 것이 공식입장이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판정한 데 대해 삼성전자는 북미 뉴스룸에 종합적인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는 “ITC의 결정에 대해 실망스럽게 생각한다”며 “삼성전자 세탁기에 대한 수입 금지는 선택권 제한, 가격 상승, 혁신 제품 공급 제한 등으로 이어져 결국 미국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ITC는 한국산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대해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을 권고했다. 연간 120만대를 초과하는 세탁기 수출 물량에 대해 △1년 50% △2년 45% △3년 40% 관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120대 미만 물량에 대해서도 20% 관세가 붙어 한국산 세탁기 전량인 총 280만대(삼성 150만대, LG 130만대)에 모두 관세가 붙는 경우가 발생될 수도 있다.
또 특정부품 5만개 이상 물량에 대해서도 50%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내놨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관세가 부과되는 부품은 세탁기 캐비닛, 세탁통, 세탁바구니 등 모든 완성품이다.
삼성전자는 세탁기 부품을 국내가 아닌 태국, 베트남 등에서 조달한다. 원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미국 현지에 부품 공장을 지어야 하지만 높은 인건비와 유지비용을 감안하면 결코 쉬운일은 아니다.
두 업체는 세이프가드에 선제 대응하고자 미국에 짓고 있는 가전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겼지만,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아 미국의 관세 조치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에서 출하식을 진행했다. 당초 올해 1분기 말 가동을 목표로 했으나,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 가드 조치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완공을 2개월여 앞당긴 것이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중인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내년 2월에서 올해 4분기로 앞당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