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지난 19일 대우건설 지분 50.75% 매각을 위한 최종 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 참여했다고 밝혔다.
매각당사자인 산은이 단독입찰도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최종 매각조건과 가격 등 인수 조건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면 오는 26일께 발표될 예정인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반건설이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된 후 지난 2006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금호그룹이 6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인수하며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승자의 저주’ 논란에 끈임없이 시달리다가 4년여 만인 2010년 산업은행에 지분을 다시 넘겨야 했다.
이후 포스코나 LG등 대기업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의 인수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왔고 동국제강은 인수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지만 번번히 무산되며 7년여를 산은 산하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저유가의 영향으로 해외수주 물량이 크게 줄었고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건설경기 역시 침체 양상을 보이며 대우건설 매각은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 2006년 매각 당시 10여개 국내 기업들이 치열하게 수주 경쟁을 벌였고 본입찰에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유진그룹, 프라임그룹 등 3곳이 참여했었다. 반면 이번 매각에선 호반건설만 단독입찰했다.
앞서 예비입찰에서도 엘리엇홀딩스·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컨소시엄만 참여했을 뿐 국내 기업에서 관심을 보인 곳은 호반건설이 유일했다.
인수 금액 역시 12년 전 6조6천억원(지분 72.1%)에서 1조3천억∼1조6천억원 안팎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여기에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매각하기로 한 지분 50.75% 가운데 40%만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 40%의 매각 가격은 1조2000억 원 선은 되야 산은이 매각을 진행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조2000억 원은 주당 인수가를 7400원으로 계산한 수치로 산은이 잠정적으로 정한 최저 매각 가격이다.
하지만 이 경우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한 이후 대우건설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의 50.75%를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 이었지만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19일 종가 기준) 5960원으로 인수 당시 주가의 40%에도 미치지 못한다.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 37.16%를 2조1785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추가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는 등 총 3조2000억원을 투입했다.
때문에 현재 주가로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산술적으로 2조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여기에다 당장 들어가는 매각 자금을 낮추고 산업은행이 대우건설의 경영에 손을 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포석까지 내놓으며 오히려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대우건설 노조는 이같은 매각 방식이 호반건설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고, 매각의 공정성이 결여되고 있다며 인수 저지 의사를 밝히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호반건설의 대우 건설 인수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다른 업계에서도 소규모의 기업이 덩치 큰 기업을 인수했다가 실패한 ‘승자의 저주’를 공공연한 공식으로 보고 있다.
또한 같은 건설사지만 사업 방향이 많이 달랐던 점 역시 우려사항으로 꼽힌다. 호반건설의 사업이 아파트에 특화돼 있다면 대우건설은 아파트는 물론, 플랜트·토목·원전 시공 능력까지 보유한 종합건설사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두 기업의 문화가 크게 다르고 직원들의 급여차도 많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화학적인 결합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많은 기술력을 가진 대우건설의 발전을 위한 매각이 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반건설은 2017년 시공능력평가 13위 업체로 '호반 베르디움'이라는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중견 건설회사다.
최근 주택경기 활황과 수익성이 높은 택지지구에서만 아파트 사업을 진행해 '현금 부자'로 알려졌으며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호반건설은 탄탄한 자금력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지만 정작 마지막까지 완주한 적은 드물어 이번 인수전에서도 ‘진정성’에 의심을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