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챗, 중국 공안과 공동으로 ‘전자 신분증’ 사업까지 시행
텐센트 산하 위챗은 중국에서 압도적으로 모바일 메신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챗은 단순히 메신저 기능을 넘어 중국인들의 일상 곳곳에 침투했다. 위챗이 중국을 집어삼킬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정부와의 긴밀한 유착이 작용했다고 1일(현지시간) 더버지가 보도했다.
위챗은 2011년 중국 텐센트 그룹이 출시한 모바일 메신저다. 일일 사용자가 9억2000만 명에 달하는 거대한 이 메신저는 중국인의 일상을 지배한다. 게임, 지도 서비스, 병원 예약 서비스뿐 아니라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며 위챗 왕국을 만들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는 중국 내에서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한다. 상하이에 사는 유화 왕씨는 “위챗을 사용하지 않기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위챗은 중국 공안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 신분증 사업을 선보인다. 위챗 이용자는 스마트폰으로 기존 신분증과 대조하는 얼굴 인식 절차를 거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자 신분증을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 우리로 치면 실물 주민등록증을 스마트폰에 심는 것인데 이를 위챗이 독점하게 된 셈이다. 신화통신은 전자 신분증에 대해 “신분 도용의 걱정 없이 언제 어디서나 신분증을 갖고 다닐 수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스마트폰을 갖고 있다는 것이 전제이며,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있으면 전자 신분증도 노출될 위험에 빠진다는 한계가 있다.
위챗이 전자 신분증 사업까지 독점하게 된 데는 중국 정부와의 끈끈한 유착이 작용했다. 중국 공안이 위챗을 통해 특정 인물들을 검열한다는 의혹이 대표적이다. 위챗은 중국 공안에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고 중국 정부는 페이스북 등 미국 사업자들의 진출을 막아 위챗을 밀어주는 구조다. 지난달 1일 지리자동차의 리슈푸 회장은 위챗이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침해한다며 “그들은 매일 우리 메신저를 들여다본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위챗은 “법률이 준수하는 한에서만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개인 정보 보호 정책을 준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사용자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것은 언제나 위챗이 중시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위챗이 사용자의 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않는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2016년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는 보고서는 위챗이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기능이 100점 만점 중 0점이라고 밝혔다. 엠네스티는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는 정부가 언제 사용자의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하는지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라이버시 보호 부문에서 위챗은 낙제점을 받았지만, 이는 위챗에 그다지 큰 걸림돌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해커톤 조직인 앤젤해커의 매트 라이트 팀장은 “중국에서는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기대가 너무 낮아 메신저 앱이 이를 얼마나 잘 처리하는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개인이 지나치게 기괴하거나 도발적인 일을 하지 않는 한 중국 정부가 데이터를 파헤치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며 “당국이 당신의 일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당연시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