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계속되는 규제와 경고 시그널을 보내면서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업무를 조율하고 시세를 체크하는 공기업은 물론이고 시장 주체인 건설업체를 대표하는 협회의 수장들이 공백 상태를 보이며 조율자마저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6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와 한국감정원은 사장 자리가,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상근 부회장 자리가 공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HUG는 당초 신임 사장 임명을 위해 지난 달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후보자 윤곽이 드러나지 않아 결국 주주총회를 이달로 미뤘다.
HUG 관계자는 “현재 사장 선임을 위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까지 올라가 있다”며 “공운위에서 2배수로 다시 추천해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 아마 2월달 공운위 열면 정해지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인사가 지연되는 분위기상 이달에도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양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인 보증 심사를 하는 HUG의 수장 공석 사태가 지연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의 통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감정원의 사장 공백도 길어지고 있다. 지난 해 2월 서종대 원장이 물러난 뒤 1년여 동안 신임 원장 인사가 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신임 원장 공모 절차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원장 공석 상태다.
감정원 임원추천위원회가 공운위에 5명의 후보를 추천해 이달 말경 후보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공운위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으면 원장 선임 절차는 계속해서 미뤄지게 된다.
이외에도 최근 정부의 연이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들 역시 임원들이 대거 공석이다. 상근 임원 자리가 공석인 국토부 산하기관만도 10여개에 달한다.
대표적인 곳이 중소건설사들의 모임인 대한주택건설협회다. 이곳은 지난 해 말 이원식 전 부회장이 천안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공석이다. 이 전 부회장 역시 임기를 훌쩍 넘겨 자리를 옮겨 실질적인 공백은 더 길다.
이 외에도 한국주택협회 부회장도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아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이들 단체는 정부의 규제 등으로 회원사 등의 요구사항이 많아지고 있지만 조직의 실질적인 살림을 맡아서 하는 자리가 비어 있어 애로사항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국토부 관료 출신들이 와주길 바라고 있지만 공무원 취업제한 심사에 막혀 정치권 출신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협회 관계자는 “최근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상근 임원들의 공백이 길어져 (인선 뒤로) 미루는 업무들 역시 적지 않다”며 “정부 차원에서 인사에 속도를 내야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