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YTN은 신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일본롯데홀딩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 회장의 거취를 포함해 현안을 논의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가 갑자기 잡힌 것은 아니고 예정돼 있던 것으로, 안건이 무엇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 컴플라이언스를 강화하는 분위기여서 그러한 점을 감안할때 신 회장의 거취 등을 논의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 회장이 이사회에 앞서 대표이사직 해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본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사임 의사가 수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현재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과 함께 한국 롯데그룹의 중간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 99%를 보유한 일본롯데홀딩스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다. 일본 기업은 관행상 회사 경영진이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면 책임을 지고 이사직에서 사임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롯데 안팎에서는 이번 이사회에서 쓰쿠다 사장을 단독 대표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해 왔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해임될 경우 한국 롯데그룹 전체가 일본인에 의해 좌지우지 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롯데지주 최대주주 중 일본롯데홀딩스와 호텔롯데, 롯데알미늄, L제2투자회사 등 일본롯데 계열 지분은 17%가량을 차지한 주요주주다. 이에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 롯데가 진행할 여러 사업 관련 의사결정에 일본 롯데 경영진의 간섭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게다가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 14일 “한국과 일본 롯데의 대표자가 범죄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된 것은 롯데그룹 70년 역사상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신동빈 회장은 즉시 사임·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자료를 내는 등 형제간 경영권 분쟁도 재점화할 조짐이다.
아울러 한일 롯데그룹 경영권과 관련해 핵심이 되는 일본 광윤사와 관련한 법정 다툼에서 신 회장이 패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경영권 향방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광윤사는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일본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광윤사는 2015년 10월 임시 주총과 이사회를 열어 신 회장을 등기이사에서 해임하고 신 전 부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또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지분 50%+1주를 갖게 됐다. 이에 신 회장은 “당시 결의는 신격호(신동빈 회장의 아버지) 총괄회장 의사에 따른 것은 맞지만 신 총괄회장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일본 법원에 제기했지만 일본 법원이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지난달 25일 기각됐다.
신 전 부회장은 6월로 예정된 일본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물밑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져 일본인 주주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형제간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