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윤<사진> 집토스 대표의 경영관은 뚜렷했다. 올해 28세. 청년의 기백을 넘어서 ‘이립(而立)’에 이미 도달한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디캠프에서 부동산 중개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온 이재윤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가 이끄는 집토스는 방을 구하는 사람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게 경영 키워드다. 집주인에게서만 수수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참신한 발상은 “친구들에게 방을 잘 구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자취를 하면서 기존 부동산 서비스에 불편함을 많이 느꼈다”며 “친구의 집을 더 잘 구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교 밖을 나와 경험을 쌓고 싶었다”고 말했다.
집토스는 지난 2015년 이 대표가 친구 2명과 200만 원씩 모아 마련한 5평짜리 오피스텔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함께했던 학교 친구들 중 개발팀을 맡고 있는 장영희 이사(서울대 간호학과)만 남아 근무 중이다.
수수료 절감을 앞세운 만큼 기존 중개업계의 텃새도 심하게 겪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논란을 피하지 않고 맞섰다. 언론을 통해 기존 업계 종사자들과 갑론을박한 내용을 회사 홈페이지에 그대로 게재한 것만 봐도 그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중개 보수요율도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는 “보수요율은 오래전에 만들어진 거라 지금 시세와 맞지 않을뿐더러 이를 악용하는 중개업자도 있다”며 “수수료에 따라서 돈이 되는 거래만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보수요율은 건축물대장상의 용도에 따라 적용되는데 실제 용도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상가를 원룸으로 불법 개조한 경우가 있는데 용도가 상가다 보니 수수료를 주거용보다 2배 더 받는 사례도 있다”며 “보수요율을 실제 용도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부당함과 불편함을 몸소 느끼면서 ‘수수료 개혁’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셈이다.
이 대표는 “금기시됐던 부분을 드러낸 선발주자라 욕도 많이 먹었다”라며 “지금도 일각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집토스와 같은 후발주자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보면 잔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싼 매물광고비, 불필요한 중개과정의 비용은 줄이고 허위·과장 매물이 없다는 회사의 방침은 차츰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한 매물은 1만여건, 한 달에 약 150건의 거래가 이뤄진다.
그사이 집토스는 사업 3년차 만에 지점 3곳(관악본점, 왕십리점, 강남점)을 오픈했고, 직원도 20명 가까이 늘었다. 3개 지점의 월세만 400만 원. 창업 초기 때 월세 50만 원과 비교하면 성장세를 가늠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올해 4개 지점을 추가로 개점할 계획이다. 내년엔 지방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서울에 집중하면서 집토스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무리한 확장은 지양하고 적당히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퀄리티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전할 메시지를 요청하자 그는 “창업이 정답은 아니다”라는 예상하지 못한 답변을 했다. 의미를 다시 묻자 “불평등한 사회에도 이를 악물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 자신이 고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면 창업이 삶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좋은 회사에 취직하는 것 역시 답일 수 있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친구가 창업을 한다고 해서 따라하는 것은 절대로 안된다는 얘기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창업을 하면 근거없이 자신감에 차있을 때도 있고, 불확실함에 불안할 때도 있을 것”이라며 “처음부터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부족하더라도 하나씩 이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세상은 야생’이라고 거듭 강조한 이 대표는 야생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이미 터득한 ‘CEO’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