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8월까지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전량 매각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재계에서는 시장 충격 등을 감안할 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매입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시행된 ‘합병 관련 순환출자 금지 규정 해석지침’을 근거로 이날 삼성SDI에 “현재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2.1%는 전량 처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공정위는 5313억 원(26일 종가 13만1500원 기준)에 달하는 대규모 주식 매각에 시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해 8월 26일까지 6개월 동안의 처분 유예기간을 부여했다.
앞서 2015년 첫 가이드라인 제정 시 공정위는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옛 삼성물산)과 고리 밖 존속법인(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경우에 대해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한다고 봤다. 삼성SDI에도 합병에 따른 추가 출자분(삼성물산 500만주)만큼만 매각하라고 했다.
하지만 2년 뒤인 지난해 12월 이런 공정위의 결정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순환출자 고리 강화가 아니라 새롭게 형성됐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 주장을 받아 들여 이번에 나머지 지분 404만여주도 모두 매각하라고 한 것이다.
관심은 지분을 누구에게 파느냐에 쏠려있다. 삼성SDI는 “공정위의 유권해석에 대한 적법성과 무관하게 기한 내에 지분을 처분하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6년 삼성SDI가 500만주를 매각할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0.7%, 삼성생명공익재단이 1% 정도를 인수했다. 나머지는 기관투자자들이 가져 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처럼 삼성생명공익재단 등에서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가 대기업집단 공익법인이 총수 일가 편법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공익법인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것도 어렵다. 계열사가 이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지만 지분매입을 위한 출자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얼마 안되고, 신규 순환 출자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이 또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삼성물산이 직접 자사주로 매입하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들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물산이 최근 장부가액 5600억 원 수준의 서초사옥 매각을 추진하기로 해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또 최근 이 부회장이 석방된 상황에서 그가 적극적으로 순환출자 해소 문제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물산 지분을 사 장악력을 높이고, 총수로서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삼성물산 합병 관련 논란을 잠재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